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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의 정치적 책임 (2)

By Eun-Jae Lee

Diverse group holding hands around table

기독교 정치?

그렇다면 정치에서 기독교적이란 말은 무엇을 의미하며, 형식적으로 어떻게 형성되는가?

1. 자연법의 입장

자연법의 입장이란 일반적으로 타당한 법적이며 윤리적인 입장이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인데,[i] 자연법이 자연에 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연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과 계시가 특별한 방식으로 선포하는 것의 차이가 구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기독교적인 자연법에 따르면, 양자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이때 계시가 자연보다 높아 보이는 것은 자연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자연법을 해석한다면, 그는 원칙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의 보편타당성을 전제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입장의 장점은 알기 쉽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명료성이 추구되었고, 일반적인 이해와 의사소통이 요청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적인 입장도 보편적인 이해와 명증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독교적인 입장은 보편적인 것과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에서 시작해야 하며, 다른 세계관과의 논쟁에서 이를 언제나 유지해야 한다. 즉 기독교적인 입장은 자의적으로 무엇인가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세계관의 지평에서 중재하고 확실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문제도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자명한 자연의 소리가 실제로 존재하고, 더구나 그것이 언제나 그리고 원칙적인 것이며, 동시에 자연과 계시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고 할지라도, 양자는 경험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입증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선 자연은 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자연의 해석은 역사의 해석에 예속된다. 교회의 가르침은 이런 해석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이 그 자체로 해석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기에 침묵한다. 자연법 역시 원칙적으로는 다른 입장들과 마찬가지로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연법 추종자들은 이런 설명에 대해 반대한다.

2. 기독교 윤리학

만일 개인이 개별적으로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 윤리를 기독교적인 것으로 전이하는 과정을 기독교 윤리학이라고 명명한다면, 특별히 기독교적인 지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기독교적인 정치도, 기독교적인 경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정당성을 통한 사유와 행동의 확실성만이 있을 뿐이다. 이 개념의 장점은 분명하다. 즉 자연법적인 입장과 자연법의 자기기만[ii]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자연법적인 사유와 진술을 기독교적 방식이라는 괄호 안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특별히 기독교적인 진술을 해야 할 과제로부터 면제된다. 그는 단지 참가자일 뿐이다. 이 입장에서는 장점이 곧 단점이다. 정당성에 관한 그 어떤 독특하며 기독교적인 지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앙을 통해 정당하게 된 것과 다른 것 사이에 원칙적으로 모순이나 대립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입장은 끝까지 관철될 수 없다. 오히려 기독교 윤리학이 제시하는 제자도와 이웃 사랑과 같은 주제들은 단지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3. 관점의 재정립

최근 개신교 윤리의 경향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라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에 맞서 신학적으로 설명하고 관점을 획득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가령 리히(A. Rich)는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인권과 물권의 상호 작용을 논했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회 윤리의 원칙을 제시하였다.[iii] 이런 방식의 장점은 무엇인가 윤리의 내용적인 진술이 갖는 특정한 그 어떤 것(선입견이나 편견)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약점은 이런 입장이 하나님의 계명에서 추론해 낸 것이기에 새로운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 양자는 서로 결합하여 있다기보다 논쟁과 담론을 통해 정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윤리적인 진술이란 이런 과정에서 획득된 결과로부터 형성된다. 즉 처음부터 말하고 행동하는 자의 내용이나 말을 건네받은 자의 내용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그들은 갈등 상황을 통해서 매우 정확한 목적의식 가운데 만나게 된다. 세속화된 사회에서 윤리적인 선택의 역사성은 다양한 입장으로 이해되는데, 이때 관점들이 상대적이어서는 안 되므로 처음부터 상대주의의 위험성은 금지되었다. 더구나 관점들은 구체적으로 표현되도록 요구되었고, 정확한 사회 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다원주의적이고 세속화된 현대 사회에서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일종의 과제인 셈이다.

기독교 종교는 처음부터 그리고 본질적으로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정치와 기독교의 책임

어떻게 보면, 기독교 정치는 더는 가망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 안에는 복고적인 성향과 가능성을 놓고 계속해서 주장하려는 세력들이 있다. 옛 사회 질서의 붕괴가 세계관의 공백과 보편적인 방향의 상실을 불러올 것이라는 두려움과 함께 말이다. 오랫동안 교회가 공적인 논쟁에서 차단되거나 제외되었기에 혹은 공적인 입장에 대한 영향력의 축소와 더불어 정치적 입지는 불안정하지만, 오히려 선교와 복음 전도에 대한 교회의 열정은 사회적인 이해를 통해서 더욱 심화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기독교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은 본래의 사명을 감당함으로써 사회에 강력하게 개입하고, 이를 통해 기독교의 가치를 제시하거나 관철하려는 태도다. 이는 언제나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방향과 목적 그리고 의미 실현이 요청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우리는 중세가 아니라 현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교회는 신학이 지금 여기에서 씨름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일 기독교 혹은 교회의 문제 해결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그 대가는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다. 즉 기독교 정치라는 유혹은 여전히 내부에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자칫 편협한 신앙적 사고(폐쇄주의와 일방적 권위주의라는 중세적 틀 속에서 자행되는)를 바탕으로 어떤 시도가 감행된다면, 이는 현대 사회의 정치, 경제, 윤리적인 문제의 복잡성을 단순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선민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주의다. 그러나 기독교 종교는 처음부터 그리고 본질적으로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민족주의가 교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은 것에 관해서 다루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로 인해 참을 수 없는 문제가 수도 없이 발생하였고, 현재까지도 민족 분쟁의 배후에 신앙적인 요소가 깊이 관여되어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가는 글

1. 모든 기독교 선택은 신학적이고 사회적인 정확한 분석을 요청한다.

2. 모든 기독교 선택은 사회가 다원적이고 세속화된 질서에 편입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3. 전통적으로 기독교 정치는 신학적이고 사회적인 분석보다는 교리적이고 분파적인 성격이 강했다.

4. 기독교인들과 교회의 책임 있는 활동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5.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현대 사회와 상호 협력하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기독교는 인권과 정의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경쟁자들과 협력하는 가운데 해결책을 내놓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주변으로 떠밀린 세력은 여성들, 아동들, 농업,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진 갈등들을 비롯해서 셀 수 없이 많다. 물질 만능과 자본주의 시대의 새로운 빈곤층이 이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믿음, 소망, 사랑’은 더는 황금률 같은 미덕의 개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호 역할을 감당해야만 한다. 또한 기독교의 실존은 현대 사회에서 불가피한 저항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비기독교적인 세계 구조에서 기독교는 때론 동맹과 협력을 통해, 때론 저항과 항의를 통해 카오스(Chaos)의 시대를 카이로스(Kairos)로 전환하려는 희망을 드러내야만 한다.

기독교 신앙의 정치적 책임 (1)

이은재 박사
감리교신학대학교 교회사 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0


[i]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자연의 정의는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효력을 갖고서 존재하며,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ii] ‘우리’(보편성)라는 낱말과 ‘자아와 타자’(개별성)라는 낱말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를 묻는 중심 주제들이다.

[iii] Arthur Rich, Wirtschaftsethik, Grundlagen in Theologischer Perspektive, Gütersloh 제1권, 1984, 제2권,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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