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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문명으로의 전환과 그리스도인 (4)

By Jinsoon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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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문명으로의 전환 앞에 선 그리스도인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약속하는 풍요롭고 안락한 삶, 그 이면에 착취와 식민화 그리고 각자도생의 삶을 직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체제 내 존재로서 우리는 이미 적자생존의 경쟁, 자본의 계급 질서와 향락적 소비 주체로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물적 풍요 속에서 영혼의 빈곤과 타락에 무디어지고, 생존 투쟁에서 소리 없이 스러지는 수많은 죽음에 일조하며 어느 시대보다 공고한 계급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소비 자본주의 산물 중 기후 변화는 가장 마지막에 그리고 가장 위협적 형태로 당도했을 뿐이다. 그리고 재앙의 근원에는 신학적, 생태적, 사회적 차원의 깨어진 관계들이 자리하고 있다. 신과 인간, 세계와 인간, 인간과 인간, 심지어 인간 자신과 깨어진 관계는 존재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관계 맺는 모든 과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본래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는 이와는 전혀 달랐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빛과 물을 토대로 바다와 뭍을 나누고 광명체를 두어 지구 환경을 조성했다. 이후 그 안에서 땅과 바다와 공중의 온갖 생물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각 창조물에 대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라는 선포를 통해 창세기 기자는 당시 유대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이 모든 생명체를 지어냄과 동시에 생명체에 관한 섬세하고 직접적인 그분의 응시와 관계성이 내재해 있음을 보도한다. 만물은 창조주의 눈과 입을 통해 창조되었고, 그의 품 안에서 생육하고 번성하였다. 그렇기에 만물은 하나님의 편재하심과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존재로서 그 자체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평화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선언한다.

창조 세계에 대해 인간은 “땅에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세기 1:28)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복과 다스림의 명령은 위계질서와 착취로 왜곡됐으나, 성서는 하나님의 창조물을 인간 의지대로 억압하고 훼손하는 것은 결코 그분의 뜻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어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은 아담에게 생물들을 친히 이끌어 와서 그에게 이름을 짓게 하신다(창세기 2:19). 이 본문은 창세기 1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암시한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배나 소유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너’의 공존과 상생의 관계를 말한다.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인간은 창조 세계를 긍정하고 하나님의 품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관계를 맺음으로써 창조 세계에 전적으로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바로 여기에서 인간 삶의 터전이 마련된다. 인간은 어떤 피조물보다 뛰어난 우월적 존재가 아니다. 성서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존재 이전에 환경적 존재로 시작되었고, 그것은 하나님의 권능을 인정하며 창조 세계와 전적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 삶을 영위할 것을 요청받은 것이다.

생태 문명으로 향하는 우선적 인식은 이분법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만물과 관계 맺고 만물과 조화로운 공생과 공진화로 향하는 정의로운 삶에 대한 비전을 지향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각성하고 실천할 비전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은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가 가져온 부의 양극화, 지역 불균형, 부정의한 지배 구조를 극복하는 것이며, 성장 신화에 대한 기대에서 벗어나 탈성장 시대 인간다운 삶에 대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체 됨을 인정하고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세계를 돌보는 책임 있는 주체, 청지기적 사명을 넘어 창조 세계에 대한 긍정과 온 생명에 대한 경외를 품고 관계 맺는 책임감 있는 자세가 인간과 지구 생태계를 위한 변환점이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승자 독식 구조와 물질적 축복이 최고의 복과 가치가 된 지금, 공동체의 연대보다 당장 나와 내 집단의 안위와 이기적 기대가 시급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난민, 장애인, 환경에 취약한 계층, 가난한 자, 사회적 약자 등 소위 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발 빠르게 편승하지 못한 이들이 기후 재앙의 최전선에 노출되어 있다. 지구 온난화의 전 지구적 기후 재앙은 수천 년 지구의 속살까지 파헤치며 인류 문명을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몰아가는 중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의 피해자지만 동시에 폭력적 착취자이며 가해자다. 무심코 사용하는 전기와 소비 행위에서 우리는 어느새 암묵적 동조자에서 강제적 행위 주체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자연의 숨통을 죄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성서가 증언하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담긴 조화로운 관계성, 그리고 다른 세상에 대한 예수의 실천적 상상력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은 지구 자연과 인간을 억압하는 불의한 경제와 정치 구조를 비판하는 예언자의 정신과 예수가 보여준 사랑의 저항 속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재앙을 넘어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그리스도인은 생명에 대한 새로운 관계 맺기와 정의로운 삶의 지향에 관해 묻고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과 그리스도인 (1)

송진순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외래교수,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연구실장
LID Leadership Journa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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