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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교회가 세상을 품는 법: 크기에서 깊이로

By Juhee Lee

들어가며

교회의 규모가 곧 영향력이던 시대는 지났다. 많은 교회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현재의 위축된 모습에 사로잡혀 있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할 가장 귀한 기회라고 확신한다. 이제 교회는 외적인 '크기'를 증명하는 곳이 아니라, 존재의 '깊이'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섬기는 교회 역시 한때는 생존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었고, 지역 사회와의 연결도 점차 약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성도들의 "다시 일어나고 싶다"는 작은 열망이 모이기 시작하며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건물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이웃들과 하나님의 사랑을 실질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그 간절한 고민 끝에 시작된 것이 바로 Community Music Project(CMP)이다. 이곳은 단순히 악기 연주를 배우는 학원이 아니다. 음악이라는 언어로 깨어진 마음이 만나고, 하나님의 사랑이 삶의 열매로 맺히는 치유의 공동체다.

이 여정에서 나와 교인들은 숫자나 통계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영향력'의 신비를 거듭 목격해 왔다. 한 영혼의 삶에 일어난 하나님 나라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 교회가 회복해야 할 진정한 영향력이라고 믿는다. 이제,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교회와 믿음의 동역자분들께 '크기'의 한계를 넘어 '깊이'의 사역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역 교회가 실천할 수 있는 다섯 원리를 내 사역 경험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가장 작아진 것 같은 지금이, 가장 깊은 사랑을 시작할 때다.

1. 선행 은총에 기반한 '무조건적 환대'의 구조를 설계하라.

'깊은 영향력' 회복을 위해, 교회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진정한 환대의 구조를 세우는 일이다. 존 웨슬리는 "성경은 사회적 성결(Social Holiness) 외에 다른 성결을 알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사회적 성결이란 개인의 경건을 넘어, 이웃과 사회의 아픔에 참여함으로써 완성되는 거룩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히 전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미 세상 속에서 일하고 계신 은총에 교회가 동참하는 방식이다. 사역이 교회 부흥을 위한 '미끼'가 되는 순간, 지역 주민과의 진실한 신뢰 관계는 쉽게 무너진다.

따라서 사역 참여의 조건을 교회 출석이나 신앙 고백과 연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을 위한 사역"임을 분명히 하고, 성과 지표도 '등록 교인 수'가 아니라 '관계의 지속성'과 '공동체적 신뢰도'로 설정해야 한다.

이렇게 환대의 구조가 단단히 설 때, 교회는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며 주님의 은혜가 흐를 수 있는 깨끗한 통로가 된다. 기억하자. 부흥은 조종의 결과가 아니라 사랑의 열매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을.

2. 교회 예산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형 청지기 모델'을 구축하라.

많은 작은 교회가 재정적 부족 때문에 사역을 시작조차 못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재정 자체가 아니라, 사역 구조가 오직 교회 내부 예산에만 의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교회 재정이 사역에 쓰이는 것은 귀한 일이다. 다만 모든 사역을 교회 예산으로만 감당하려 할 때, 작은 교회의 사역은 시작도 하기 전에 막힐 수밖에 없다. 나는 CMP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교회 재정을 쓰지 않는 자립 구조를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사역의 목적을 종교 활동이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한 공공의 선으로 정의했고, 교회의 언어를 지역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며, 시·주·지역 재단 등에서 제공하는 소규모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찾아 활용하고자 했다. CMP는 연합감리교회 재단의 초기 지원금과 교회 밖 자원을 꾸준히 발굴하고 지원받으며 점차 시스템을 견고히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재정적 안정을 바탕으로 우리 교회는 무료 음악 교육과 악기 대여, 그리고 자선 콘서트를 통한 지역 사회 돕기를 이어올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지역 주민들이 가정에서 소중히 간직하던 악기를 기꺼이 기부해 주시고, 뜻을 같이하는 개인 후원자분들이 한 분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회는 단순히 재정을 흘려보내는 후원자에 머물지 않고, 사역이 태동하고 확장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가 지역 사회를 섬기는 사역을 시작하고 확장하는 가운데 재정적 자립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사역의 신뢰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교회가 지역 사회의 선한 청지기로 인정받는 소중한 통로가 된다.

3. 지역 주민을 '수혜자'가 아닌 '주체적 동역자'로 초대하라.

작은 교회가 겪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는, 역설적으로 사역의 범위를 교회 담장 너머 지역 사회로 확장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주민들을 단순히 '우리 사역의 수혜자'로 대하기보다, 가치 있는 일에 직접 '동역하는 참여자'로 초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역이 교회의 전유물을 넘어 지역의 공공 자산이 될 때, 주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결합하기 때문이다.

CMP는 오직 봉사자들의 헌신으로만 운영되는 무료 음악학교이다. 처음에는 무모해 보였지만, 놀랍게도 올해로 6년째 은혜 속에 이어지고 있다. 이 배경에는 지역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준비된 수많은 손길이 있었다.

인근 브라운대학교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음악적 재능을 가진 의대생들, 그리고 지역 음악가들이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달란트를 기부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었다. 우리는 그저 그분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비전을 공유하며, 이 프로젝트를 스스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초대했다. 그러자 교육 봉사자뿐만 아니라 행정 전반을 돕는 자원봉사자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회가 지역 사회를 위해 진정성 있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사역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 매주 봉사자들을 위해 정성껏 점심 식사를 준비해 주시고, 자선 음악회 리셉션을 제 일처럼 돕는 이웃들의 모습은 단순한 물적 지원을 넘어, 주민들이 사역의 가치에 깊이 공감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깊이 소속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웃이 사역의 주체가 될 때, 교회 공동체는 비로소 지역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 숨 쉬게 된다.

새로운 사역 초기 구상부터 교회와 교인들만 독자적으로 행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를 만들어보자. 지역 주민을 '주체적 동역자'의 자리로 초대할 때,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사랑이 이웃을 향해 흐르고, 그 사랑이 다시 아름다운 열매가 되어 돌아오는 은혜의 선순환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4. 참여자를 '목양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인격적 관계를 맺어라.

사역이 특정 개인이나 교회의 전유물처럼 비칠 때, 참여자들은 능동적인 주체가 아닌 '소비자'나 '도구'로 머물게 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봉사자와 학생들에게 항상 "이 사역은 여러분의 것이며, 여러분이 스스로 가꾸어 가는 터전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사역의 주권을 함께 나누고자 노력해 왔다.

봉사자를 단순한 인력으로만 여기고 그들의 헌신만을 구한다면, 그 사역은 결코 건강하게 지속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을 먼저 하나님 사랑으로 섬겨야 할 목양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개별적인 인격적 관계 속에서 정성 어린 환대를 제공해야 한다. 참여자들이 도구가 아닌 '존중받는 주체'로 환대받을 때, 사역의 현장은 그들에게 단순한 봉사 자리를 넘어 '또 하나의 집'이 되어준다.

이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교회는 봉사자들의 발이 되어줄 교통편을 세심히 마련하고, 매 학기의 시작과 끝에 나는 집으로 그들을 초대하여 소박한 식탁의 기쁨을 나누었다. 학생들의 연주회가 있을 때면, 직접 찾아가 그저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곤 했다. 무엇보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삶의 여정을 진솔하게 나누며 다가갔을 때, 청년 봉사자들의 닫혔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최근 치유 콘서트 무대에 섰던 한 장애 청소년의 변화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학교 내 괴롭힘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온종일 방 안에만 머물던 아이가 CMP 공연으로 무대에 올라 휠체어에 앉아 눈물을 훔치시는 어르신과,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환하게 미소 짓는 분들을 마주했다. 여름 음악 캠프가 끝난 후, 아이의 부모님이 내게 다가와 벅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목사님, 아이가 드디어 방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더 좋은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다며 스스로 악기를 잡고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그 '작은 마음'이 아이를 방 밖으로 끌어냈고, 다시 세상을 향해 걷게 했다.

대학생이 된 후에야 처음 기독교를 접했다는 한 학생은 내게 이런 고백을 들려주었다. "목사님의 이야기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들려주시고 저를 믿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글을 읽으며 깊이 감동했고, 이곳을 통해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매번 배우고 있습니다." 진심을 다한 환대는 이처럼 귀한 고백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준 청년들은 나를 '두 번째 어머니(Second Mom)'라 부르며 마음을 나누어 주었고, 교회가 지역을 위해 진심으로 헌신하는 모습에 감동한 청년들이 다시 친구들의 손을 잡고 봉사자로 찾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그들이 이곳에서 온전한 사랑과 존중을 경험했기에 가능한 선물이다. 사역의 가시적인 성과보다 소중한 것은, 사역의 현장에서 맺어지는 따뜻한 하나님 나라 가족 공동체임을 잊지 말자.

5. 다양성과 평등 속에 시연되는 '작은 천국'을 연습하라.

사회적 성결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경험되는 정의라고 믿는다. 돌아보면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으나, 하나님께서는 우리 공동체를 6세 아동부터 91세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포르투갈과 케이프베르데, 러시아와 같은 유럽·아프리카계부터 한국과 중국 등의 아시아계, 지역 사회의 백인과 흑인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10여 개 이상의 다양한 민족이 모이는 곳으로 이끌어 주셨다. 특히 대부분이 낯선 땅에서 어디에도 쉽게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던 이민 1, 2세대 학생들이다.

교회는 주님께서 허락하신 삶의 터전 위에 연령과 인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작은 마당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이들이 도리어 '사랑을 나누는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교회가 화해의 중재자(Bridge Builder) 역할을 감당하려 애쓸 때, 신앙 공동체는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소중한 연습장이 된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성 속의 일치'는 우리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겸허하면서도 강력한 복음의 증거다. 어느 날인가, 9세 소녀와 90세 어르신이 연령의 벽을 허물고 한마음으로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던 그 찰나의 순간, 나는 우리 가운데 임한 작은 천국을 목도했다. 교회가 마련한 작은 마당 위에서 이런 천국의 풍경이 펼쳐질 수 있음을 믿고, 그 자리를 정성스레 가꾸어가자.

나가며

과거의 사역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모았는가'에 집중했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영향력은 '그들과 얼마나 깊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는가'에 있다. 사역은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일방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룩한 연결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재정 부족이나 인력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도, 우리가 사랑과 존엄이라는 복음의 가치를 끝까지 붙든다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새로운 길을 열어주실 것이다. 사람을 수단으로 삼지 않고 관계 그 자체를 사역의 열매로 남길 때, 우리의 사역은 성령님의 역사로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더욱 풍성한 생명력을 얻게 된다. 크기의 한계 앞에 멈춰 서지 말고, 관계를 결과로 남기는 깊이 있는 사역을 향한 작은 한 걸음을 오늘 함께 내디뎌보자.

English - How a Small Church Can Embrace the World


이주희 목사

Haven United Methodist Church, 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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