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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와 이야기 나눔

By Earl Kim

시작하며

한 시대를 빛낸 신학 사조인 이야기 신학(Narrative theology)은 기독교 신앙을 추상적인 교리나 명제 체계로 이해하지 않고, 하나님과 인간, 공동체와 세계가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서사로 이해하려 했다. 이 신학적 관점에 따르면 신앙의 성숙은 단순히 교리에 동의하는 차원을 넘어, 신앙인 개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성서 속에 드러나는 사랑과 구원의 서사 안에서 해석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성숙의 과정을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개념을 빌려 말한다면, 그것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신앙의 큰 틀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emplotment)하고, 그 안에서 "서사적 정체성"(narrative identity)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앙 성숙의 과정에서 교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구성하도록 돕는 모임이나 프로그램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래에서는 이런 단순한 질문을 계기로 시작한 여러 "이야기 나눔" 프로그램들을 통해 깨달은 점들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그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거창한 커리큘럼이 아니어도 서로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모임과 그 이야기를 성서와 신앙의 빛으로 비추어 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우리 삶의 이야기들과 하나님께서 신앙 공동체와 함께 써 내려오신 이야기가 깊은 은혜 속에서 날실과 씨실처럼 짜여 있음을 돌아보고, 나누고, 증언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교회는 각자의 대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이 하나님의 더 큰 이야기 안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함께 길을 찾아가는 공동체다.

1. 교인들과 마음 놓고 이야기 나누고 열린 마음으로 듣는 모임을 만들라.

개인적인 이야기는 그 특성상 사적 영역의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에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모임을 의식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모임의 인원은 10명 내외이며 최대한 15명을 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첫 번째 미팅에서는 반드시 비밀 유지에 대한 서약(confidentiality covenant)을 하게 하고, 참가자들이 모임 중에 알게 된 서로의 개인정보와 민감한 정보들을 당사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타인에게 유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이야기 나눔 모임이 곧 이야기 듣기 모임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늘 열린 마음으로 주의 깊게 듣는 것이 중요하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반복해서 알려야 한다. 실제로 한 사람의 이야기 나눔이 끝난 후에는 너무 많은 후속 질문이나 그 이야기와 관련된 다른 이들의 이야기들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임 참가자 전체가 정해진 응답을 하게 하는 것도 좋다(간단히, "고맙습니다," 혹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반드시 함께 성찰하는 시간(noticing and discernment)을 가지며, 서로의 이야기가 신앙적 차원에서 어떻게 공명하는지, 비슷한 맥락의 경험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리 삶 속에 어떤 공통된 본질이 내재하는지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2. 이야기 나눔의 신학적 의미를 함께 찾아가라.

이야기 나눔 첫 시간에 항상 참가자들과 함께 읽는 성서 구절이 있다. 그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서사가 짧게 정리되어 있는 신명기 26장 5~12절이다. "내 조상은 떠돌아다니면서 사는 아람 사람으로서…"로 시작되는 이 본문은 어떻게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들의 방랑과 고난, 생존과 정착의 이야기를 신앙 안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해석하고 또한 그들의 고난을 어떻게 타인의 고난에 대한 윤리적 책임으로 확장하는지 보여준다. 외국 사람들과 고아와 과부에 대한 책임을 하나님의 뜻으로 재확인하며 끝나는 이 본문에서 우리는 신앙인 개개인과 공동체의 이야기가 하나님의 구원과 정의라는 큰 틀의 서사에서 해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야기 나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교인들과 얻게 된 신학적 성찰들을 정리해 본다면 먼저 신앙인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교환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열고, 서로 안에 새겨진 하나님의 형상을 알아보는 환대의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타인의 경험을 추상적인 범주들로 단순화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이야기들 속에 구체적으로 흐르는 은혜의 서사를 해석해 내려는 성육신의 일이라는 것이다.

3. 영성 자서전 읽고 쓰기를 시작해 보라.

이야기 나눔 모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구술하는 것도 우리의 신앙과 삶을 반추하기에 훌륭한 방법이지만, 더 깊은 차원의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보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글쓰기를 막상 혼자 시작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마음이 맞는 교우들과 함께 좋은 예가 되는 영성 자서전들을 읽고 같은 주제로 짧은 이야기를 써 보고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 년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에 진행한 "우리 신앙의 이야기들"(Our Stories of Faith: Reading and Writing Spiritual Autobiography)이라는 모임에서 교인들과 나는 한 주는 유명한 영성 자서전의 일부를 읽고, 그다음 주에는 각자가 직접 쓴 자신의 신앙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대한 다양한 시대와 인종, 문화적 배경을 지닌 저자들의 영성 자서전을 함께 읽고 토론했고, 교인들이 자기 삶의 한 자락을 깊이 돌아보고 직접 글로 써 볼 수 있도록 돕는 주제들을 선정하였다.

영성 자서전을 쓰는 방법과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서는 Richard L. Morgan의 Remembering Your Story: Creating Your Own Spiritual Autobiography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 함께 읽은 자서전으로는 기독교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어거스틴의 "고백록"(The Confessions), 노리치의 줄리안의 "계시"(Showings)를 비롯해, 근대의 고전으로 불리는 시몬 베이유의 "신을 기다리며"(Waiting for God), 도로시 데이의 "긴 외로움"(The Long Loneliness), 토머스 머튼의 "칠층산"(The Seven Storey Mountain), 하워드 서먼의 With Head and Heart 등이 있었다. 이와 함께 Nadia Bolz-Weber, James Cone, Richard Rodriguez, Cole Arthur Riley 등 다양한 인종과 동시대의 목소리를 담은 저자들의 글도 읽었다.

4. 더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이야기 나눔 모임도 함께 열어 두라.

영성 자서전을 읽고 쓰는 모임처럼 개개인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교인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접근성이 좋고 교인들이 더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이야기 나눔 프로그램들도 얼마든지 디자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간단한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짧은 이야기 속 오래 남는 지혜"(Short Stories and Lasting Wisdom)라는 모임을 오랫동안 계속해 오고 있다. 이름이 말해 주듯, 이 프로그램은 매주 짧은 이야기 한 편과 그 이야기와 함께 읽었을 때 울림을 줄 만한 성서 이야기나 구절을 제공하고, 교인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한 모임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다양한 문학 작품, 철학적-종교적 우화, 자서전과 에세이, 그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반향을 일으킨 소설들과 글들 가운데 선정하였다. 또한 가능한 한 다양한 시대, 문화, 인종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포함하려 했다. 특히 반응이 좋았고 토론과 나눔이 뜨거웠던 글들은 한국계 랍비 안젤라 북달의 Heart of a Stranger, 미술가 마코토 후지무라의 Art and Faith: A Theology of Making, 생태학자이자 포타와토미족인 로빈 월 키머러의 "향모를 땋으며"(Braiding Sweetgrass), 후기식민주의 문학의 목소리들을 담은 단편 모음집인 The Oxford Book of Caribbean Short Stories에 실린 작품들이었다.

5. 다양한 이야기 나눔 프로그램들을 적극 이용하고 적용하라.

이야기 나눔을 주제로 개설된 온라인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모임을 효과적으로 시작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첫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Between the Listening and the Telling: How Stories Can Save Us의 저자인 마크 야코넬리(Mark Yaconelli)가 시작한 The Hearth nonprofit의 프로그램들이다. 이 플랫폼은 개인과 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 나눔 워크숍과 수료 과정을 제공한다. 또한 야코넬리의 책들을 함께 읽어 보는 것도 이야기 나눔 모임을 시작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마크 야코넬리가 오스틴 장로교 신학교의 부총장 중 하나인 멜리사 위깅턴(Melissa Wigington)과 함께 만든 오스틴 스토리 프로젝트(Austin Story Project)를 소개하고 싶다. 이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사려 깊게 구성된 진행 순서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타인과 예수의 이야기와 공명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의미와 공통의 흐름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준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교회에서 진행하며 가장 가슴에 남는 시간은 교인들이 서로 돌아가며 제일 인상 깊었던 식사 자리에 관해 이야기하던 순간이었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 뒤, 한 사람이 예수의 일인칭 시점에서 서술한 최후의 만찬 이야기를 마치 그분이 우리 옆에 앉아 계신 것처럼 들려주었을 때, 수없이 들었던 그 이야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 삶의 자리에 아름답게 포개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가며

교인들과 함께 다양한 신앙의 이야기들을 읽고 우리 각자의 삶에 새겨진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는 과정은 그 자체로 깊은 관계로의 초대였다. 자신의 내밀한 삶의 이야기들을 꺼내어 놓는 일, 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일, 그 속에 편린처럼 반짝이거나 때로는 어둠 속의 빛처럼 환히 드러나는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읽어내는 일.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더불어 성장해 가는 신앙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신앙인들의 이야기 나눔은 삶 속에 다채롭게 드러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증언하며, 교회가 각자의 대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이 하나님의 더 큰 이야기 안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함께 길을 찾아가는 공동체임을 드러낸다. 힘과 통제, 능력과 성공과 같은 획일적인 서사와, 폭력과 차별의 토대를 놓아온 확실성으로 가득 찬 직선적인 서사들이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잠식하는 시대에 이야기 나눔은 어쩌면 우리의 신앙을 지켜내는 가장 중요한 기독교 실천 중의 하나가 아닐까.

English - Ministry and Storytelling


김얼 목사
University United Methodist Church, 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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