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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향한 ‘환호’와 ‘공포’를 넘어서 (3)

By Jin Kyu Park

I S Woman In Server Room

AI 시대를 평가하는 기준들

여기서는 한국 교회가 처한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데 가장 핵심은 ‘세속 사회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AI 시대의 테크놀로지와 그것이 초래할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팬데믹 때부터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공공성’에 대한 요청과 연결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세속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공공 영역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한국 교회의 갱신을 위한 자구적 노력의 방향과 배치되지 않으며, AI 시대가 만들어 낼 새로운 양상에 대한 기독교의 평가 역시 이러한 공공성의 가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전문가 윤송이 박사는 AI 테크놀로지가 불러온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존 데이터에 대한 방대한 학습을 통해 확률적 결괏값을 내놓는 AI의 작동 원리는 편향과 허위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의 모습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1]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안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 누가 참여할 것이며, 누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지향점을 책임 있게 제안할 것인가? 세속 사회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여기에 있다고 규정한다.[2]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궁극성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할 뿐 아니라, 현실 사회가 처한 근원적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제시하며, 나아가 그렇게 살 수 있음을 상상하도록 만들 수 있는 사회 제도는 종교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전이 불러온 혼란 속에서 세상은 이런 역할을 담당할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린다.

AI 시대를 맞이하면서 한국 기독교의 초점은 이곳을 향해야 한다. ChatGPT의 개발이 교회와 목회자의 생존이나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핵심일 수는 없다. 공공성의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제안하고 합의하는 과정에 참여할 방법은 무엇인지, 또 어떤 세상을 제안할 것인지,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여 그 세상을 보여줄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래에 정리할 세 가지 기준이 이런 고민을 위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AI 시대, 공공성의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제안하라.

첫째 기준은 민주주의다. 현재까지 생성형 AI에 대한 우려의 중심에는 진실과 거짓의 흐려진 경계, 그리고 윤리적 모호성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 5월 미국 펜타곤 근처에서 발생했다는 거짓 폭발 이미지가 만들어 낸 혼란에서 보듯이 가장 개연성 높은 확률의 답변을 내놓는다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소위 ‘가짜 뉴스’ fake news 혹은 허위 정보의 위험성은 한층 더 커졌다. AI의 학습 기제인 딥러닝 Deep Learning 개념을 처음 고안한 제프리 힌튼 Jeffrey Hinton 박사는 자신이 10년 동안 일했던 구글을 떠나면서 AI가 만든 거짓 콘텐츠가 인터넷에 넘쳐나면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3] 더구나 AI는 거짓 답변을 생산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하지 않아 편향되고 거짓된 오류를 지속해 만들어 내는 AI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 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보 보호학자 김명주 교수는 AI가 만드는 현상이 초래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윤리와 양심의 틀에서 직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AI 시대란 ‘죽음, 존재, 신뢰’를 비롯한 인간 사회의 근간을 흔들어 댈 시간으로 규정한다.[4]

이렇게 진실과 윤리를 둘러싼 문제들은 민주주의의 실천과의 연관성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현재 인간이 만들어 낸 정치사상 및 사회 운영 원리 가운데 민주주의에 대한 합의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렇다면 생성형 AI가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지배적 시각을 재생산함으로써 약자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배제 혹은 왜곡하고, 그 결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실천 과정을 위협한다면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개입은 필수적이다. 계급과 성별과 인종 등을 불문한 인간의 숭고한 권리,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목소리의 중요성에 기반한 민주주의는 기독교 신앙의 공공성을 드러내기 위한 언어로써도 효과적이다. 나아가 AI 시대에 우리 사회가 지향할 바를 상징하는 표상으로서의 가치 역시 무게가 있다. G7이 ‘책임 있는 인공지능’의 개념을 추진하고 유럽연합 EU 이 AI 규제 법안을 심의하려는 근간에는 민주주의 원칙이 명기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 기준은 상업성이다. 현대 사회에서 테크놀로지 발전의 기본 동력은 인간의 필요가 아닌 이윤 추구가 되었다.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필요하지도 않은 기술이 개발되고, 수요와 욕구는 거꾸로 이윤 추구의 목적을 위해 제조 fabricate 된다. 즉, 개발된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욕망과 필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술 사회학자 이광석 교수에 따르면, AI 테크놀로지 영역은 이미 2014년부터 학계와 비영리 기관의 연구에서 급격하게 멀어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로 굳어졌다.[5] 이로 인해 AI 연구 초기 지켜졌던 개발 과정에 대한 개방 철학은 붕괴되었고, 빅테크 기업들의 무한 경쟁 속에서 점점 더 위험한 생산물들이 나올 가능성은 날로 커져만 간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개별 테크놀로지가 초래할 위험성을 막으려는 노력보다 훨씬 더 시급하다. 상업성과 물질주의 문화로 인한 인간 사회의 절망적 현실에서 종교는 이를 극복할 대안적 가치의 제공원으로서 역할을 요구받는다. 돈과 물질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의 가치를 드러내고 정신적, 영적 영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 종교에 기대된 사회적 역할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인간의 어두운 미래를 초래할 동력으로써 상업성에 주목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구조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동참하는 것은 한국 기독교가 취해야 할 자연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기준은 역시 공공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위의 두 기준과 같지만, 테크놀로지가 지니는 잠재성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결을 달리한다. 즉, 한국 기독교가 당면한 여러 현실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신학과 전통의 경직성에서 벗어나도록 이끌 경로를 찾는 과정에 AI 테크놀로지의 잠재성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학자 유지윤은 직접 ChatGPT와의 대화를 통해 관찰한 젠더 편향성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지점을 이야기한다.[6] 생성형 인공지능은 그동안 인간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차별을 재생산할 가능성을 점차 줄여가고 있는 데 비해, 한국 교회는 젠더 규범과 관련한 시대적 가치를 따라가는 데 훨씬 지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다양한 정보와 관점을 접하고, 공동체 안에서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경합하는 해석들 가운데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신앙의 과정에 AI 테크놀로지는 유용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에서 한국 교회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하는 데 세속 사회와의 관계 설정이 핵심이라고 했다. 사회 및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고 고립된 게토로 남아 공공성의 가치를 외면한다면 한국 기독교는 얼마 남지 않은 ‘교회를 향한 사회적 기대’를 읽어낼 수 있는 접점을 끝내 걷어차는 꼴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시대는 한국 기독교의 경직성을 성찰하고 개혁하는 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무비판적 환호 모두로부터 거리를 둘 때 얻을 수 있는 유익이다. 또, “변화하는 상황”과 “변함없는 진리” 둘 사이의 끈질긴 상호작용 속에서 항상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기독교 신앙의 숙명을 실천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AI 시대를 향한 ‘환호’와 ‘공포’를 넘어서 (1)

박진규 교수 Ph.D.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4


[1] 윤송이, 가장 인간적인 미래 (웨일북, 2022).

[2] 박진규, 미디어, 종교로 상상하다 (컬처룩, 2023).

[3] 최민영, “구글 떠난 AI 대부 “내 일생 후회한다…킬러로봇 탄생할 수도” (한겨레, 2023. 5. 2).

[4] 김명주, AI는 양심이 없다: 인간의 죽음, 존재, 신뢰를 흔드는 인공지능 바로 보기 (헤이북스, 2022).

[5] 이광석, “챗지피티, 인공지능(AI)과 민주주의,” KDF 민주주의 리포트 제83호 (2023. 4. 28).

[6] 유지윤, “챗GPT는 여성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 (뜰힘, 2023), 22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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