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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향한 ‘환호’와 ‘공포’를 넘어서 (2)

By Jin Kyu Park

I S Woman And Robot

AI 시대를 향한 두려움의 맥락

역사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과학 기술이 첫선을 보일 때마다 인간 사회가 보여온 즉각적 반응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환호’다. 테크놀로지의 새로움이 초래하는 변화에 대한 감정 표현의 양극단이다. 그런데 테크놀로지의 역사는 이 두 감정이 집단으로 발현될 때는 대부분 정확한 진단이나 근거 없이 매우 표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막연한 공포’와 ‘무비판적 환호’의 성격에 그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1940년대 ‘미디어학’ media studies 이라는 학문 체계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 그 배경에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공포가 자리했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이름 붙여진 새로운 현상이 막 본격화되던 1938년 10월 30일 저녁, 미국 CBS 라디오는 <세계들의 전쟁> The War of the Worlds 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송한다. 이 방송극은 괴물의 형상을 한 화성인이 지구에 침입해서 전쟁을 일으킨다는 SF 소설을 라디오 형식에 맞도록 각색한 것이었는데, 이날 방송에서는 뉴스 속보의 형식을 빌려 전쟁 소식을 급박히 알리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 방송을 청취한 6~7백만 명 중 약 백만 명이 이를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면서 미국 전역에서는 각종 패닉 상황이 펼쳐졌다. 많은 이들이 이를 지구의 종말로 받아들였고, 피난을 가기 위한 행렬과 각종 신경증적 증상이 보고되었다.[1] 수많은 사람이 교회에 모여 예배와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예기치 않은 혼란 상황에 맞닥뜨린 미국 사회에선 아직 낯선 존재였던 매스 미디어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확산하였으며,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등 인접 학문의 학자들이 모여 미디어학이라는 새로운 학술 분야를 만들고 관련 연구를 본격화하기에 이른다. ‘마법의 탄환’ Magic Bullet 이라는 말은 당시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의 생명을 손쉽게 앗아갈 만큼의 무서운 힘을 가졌다는 의미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테크놀로지가 만들어 낼 변화에 대한 집단적 두려움의 표현이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과학 기술 자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보다 앞선 1920년대 미국 사회에서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정반대의 반응이 사회를 지배했다는 점이다. 대공황의 혼돈이 사회를 휩쓸던 시절, 그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된 테크노크라시 운동 technocracy movement 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열광적 환호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부나 경제가 구조적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과학 기술과 그 전문가들이라고 보았다.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과 대공황의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할 힘을 테크놀로지에서 찾은 것이었다. 이들은 과학 기술이 만들어 내는 결과가 곧 인류 전체의 행복을 충족시킬 풍요로움이라고 주장했다.[2]

테크놀로지와 사회의 관계를 관통하는 역사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렇게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그에 대한 ‘유토피아적 환호’와 ‘디스토피아적 공포’의 양극단을 목격한다. 그리고 테크놀로지와 사회의 관계를 관통하는 역사는 이 둘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어떤 것도 테크놀로지가 초래할 변화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테크놀로지가 새로운 사회와 의식의 출연을 초래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원리와 질서가 기존의 것들을 대체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의 근본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테크놀로지는 근원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체제나 질서를 재공고화할 것인지를 면밀한 관찰과 사고를 통해 진단하고 평가해야만 한다. 변화와 지속성 모두를 관찰하기 위한 차분함이 필수적이다. 유효한 문제 제기와 질문하기를 통해 막연한 공포와 무비판적 환호의 양극단으로부터 적절하게 거리를 두어야만 한다.

미디어와 종교의 관계를 연구하는 하이디 캠벨 Heidi Campbell 은 종교 집단이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3] 첫째는 테크놀로지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여 고유한 종교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테크놀로지를 세속적 가치의 확산과 도전으로 규정함으로써 사용을 거부 또는 저항하거나 그 활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식은 테크놀로지의 가치는 인정하되, 종교 공동체가 추구하는 정신과 방향에 맞도록 일정한 재구성 혹은 기술적 변형을 도모하는 것이다. 캠벨이 “뉴미디어와의 교섭” negotiating 이라 부른 이 마지막 방식은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 혹은 무비판적 환호로는 가능하지 않다.

변화와 지속성 모두를 관찰하기 위한 차분함이 필요하다.

AI 시대를 향해 현재 한국 기독교가 보여주는 조급증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반응의 이유와 맥락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미디어의 힘에 대한 평가가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에 대한 제임스 캐리 James Carey 의 설명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때로는 매우 강력하다고, 때로는 미약할 뿐이라고 다르게 인식되는 이유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화 때문이 아니며 각각의 미디어가 존재하는 시대의 맥락에 따른다고 설명한다. 즉, 전쟁 및 경제적 공황 등 사회적 혼란기에는 미디어의 힘이 매우 강력한 것으로 인식되는 데 비해, 사회적 안정기에 미디어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인식된다는 것이다. 결국, 미디어의 힘에 대한 평가의 차이는 테크놀로지 자체의 힘의 변화가 아닌 그 힘의 크기에 대한 ‘신념’ belief 의 변화에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와 ChatGPT 등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대하는 한국 기독교 특유의 호들갑 역시 달리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런 반응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차지하는 위상과 앞으로의 비관적 전망이 생산하는 공유된 절망적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2000년대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하여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날로 악화하는 사회적 신뢰와, ‘위기’라는 말로는 채 표현되지 않는 절박한 각종 지표가 채 정체를 알기 어려운 테크놀로지의 등장과 결합하여 만들어 낸 공포라고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기독교에 형성된 이러한 정서와 이를 생산하는 맥락을 무시한 채, 무작정 조급증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AI가 불러올 변화의 양상을 분석, 진단, 평가하라는 주문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 기독교 내에서 ChatGPT와 AI를 둘러싸고 벌이는 논의에서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그것이 불러올 변화 양상에 대한 신학적, 실용적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교회가 처한 현실에 대한 성찰적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만들어 낼 시대가 의미하는 바를 내다보고 평가하려는 노력은 많지 않다.

AI 시대를 향한 ‘환호’와 ‘공포’를 넘어서 (3)

박진규 교수 Ph.D.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4


[1] Hadley Cantril, The Invasion from Mars: A Study in the Psychology of Panic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40).

[2] Howard P. Segal, Technological Utopianism in American Culture (Syracuse University Press, 2005).

[3] Heidi Campbell, When Religion Meets New Media (Routledg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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