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향한 ‘환호’와 ‘공포’를 넘어서 (1)
By Jin Kyu Park

이 글은 ‘LID 2024 리더십저널’에 실린 글로 3편으로 나눠 게재합니다.
AI보다 ‘AI에 대한 관심’이 더 궁금하다
Chat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AI 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업 OpenAI가 ChatGPT 서비스를 처음 공개한 것이 불과 수개월 전인 2022년 11월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생성형 인공지능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챗봇 서비스가 대중적 관심사의 한복판을 차지하게 된 속도는 엄청나다.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사람들은 ChatGPT에 무엇을 물었더니 그 답은 무엇이었다는 둥 각종 무용담을 쏟아 놓는다. 여기저기서 관련 전문가 초청 강연이나 학술 행사가 줄을 잇고, 최근 발행된 다수의 잡지와 전문지는 ChatGPT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모두 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정체에 관하여 궁금해할 뿐 아니라, ‘기계와의 대화’라는 SF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장면을 현실로 만든 AI의 놀라운 발전이 불러올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예측에 목말라하는 걸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AI 시대’라 불려야 마땅할,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목전에 두고 나타나는 매우 뜨거운 반응이다. ‘열광’에 가깝고 ‘광풍’이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소동’이란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ChatGPT가 불러온 충격은 어느 특정 사회를 향한 것만은 아니고 글로벌 차원에서 공통으로 목격된다. 그런데 유독 한국 사회의 반응이 더 뜨거운 듯싶다. 2023년 6월 초, 이 소동을 연출한 ‘총감독’ 격인 OpenAI의 CEO 샘 올트만의 한국 방문에서 나타난 장면은 이를 확인해 주었다.[1] 한국 AI 관련 기업 관계자와의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그는 한국이 AI 생태계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자사 상품의 최신 버전 출시를 앞두고 호시탐탐 시장 확장 기회를 노리는 기업인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생성형 AI 시장에서 차지하는 잠재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또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고 첨단 기술에서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실력을 모두 갖춘 나라”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기업 및 딥테크 스타트업과의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싶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왜 이리 AI에 대한 한국 사회의 조급증은 클까?
그런데 한국 사회 안에서도 기독교가 ChatGPT에 보이는 반응은 유별나다. 2023년 3월 실시한 두 개의 조사 결과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퓨리서치센터 Pew Research Center 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58%가 ChatGPT를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14%는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2] 같은 시기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연구에서는 한국 목회자 중 79%가 ChatGPT를 알고 있다고 답했고,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목회자는 무려 47%에 이르렀다. 이는 한 달 먼저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서 사용한 적 있다고 답한 일반인 응답자 36%보다 11% 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즉, ChatGPT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크며, 특히 한국 기독교 목회자들의 관심은 일반인보다 더 크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샘 올트만과 함께 방한한 OpenAI의 그레그 브로크먼 회장 겸 공동창업자가 공개적으로 밝힌 “앞으로 AI 목사도 출시돼 인간 활동을 확장하고 사람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발언이 더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ChatGPT 출시 이후 한국 사회, 그리고 기독교에서 보이는 이런 뜨거운 반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었기에 낯익은 모습이다. 메타버스 metaverse 라는 이름의 미디어 플랫폼 테크놀로지가 처음 선을 보이고 이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하던 2021년 미디어학자 김용찬 교수는 이를 뉴미디어 등장 시마다 나타나는 한국 사회 특유의 “호들갑”이라고 규정했다.[3] 그리고 이는 첫째,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징후들, 둘째, 그러한 변화를 스스로 주도하겠다는 욕구들, 셋째,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 심리가 상호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즉, 한국이 처한 고유한 맥락이 만들어 낸 신기술을 향한 독특한 반응이었다. 한편, 실천 신학자 이민형 교수는 최근 ChatGPT에 대한 기독교 내의 열광적 반응을 소개하면서, 메타버스라는 신기술이 막 활용되기 시작하던 무렵 이를 서둘러 교회에 도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수그러든 한국 교회의 조급함이 재현되는 건 아닐까 우려한다.[4]
이쯤 되면 우리가 궁금한 건 AI 자체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와 한국 기독교의 AI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궁금해진다. 특히 한국 교회는 왜 이리 AI에 대한 조급증을 갖게 되었나? 그 조급증 뒤에는 혹시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새로운, 경험하지 못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경험하지 못한 ‘인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런 시대와 인류에 뒤처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자리한 건 아닐까?
박진규 교수 Ph.D.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
[1] 김주완 외, “”한국 같은 나라는 없다”…챗GPT 창시자가 극찬한 까닭” (한국경제신문, 2023. 6. 9).
[3] 김용찬, “새로운 미디어 현상과 “메타버스” 소동,” 제38차 기독교학문연구회 연차학술대회 주제 강연, 서울대학교 (2021. 10. 30).
[4] 이민형, “그 많던 메타버스는 누가 다 먹었을까?,” 복음과 상황 390호 2023년 5월호 커버스토리.
Contact Us for Help
Contact Discipleship Ministries staff for additional gui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