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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도전과 미래 목회: 환대와 공감 그리고 공존

By Heesung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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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이 세대의 교회가 집단 이기주의나 승리적 사고방식으로는 더는 생존할 수 없음을 알려주었다. 앞으로의 생존은 무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공존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인종적으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울타리 안에 있었다면, 이제 우리는 적극적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 시대로 인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온라인 문화, 디지털의 창문을 열고 세상과 대화하며, 건물 안에 모이는 교회가 아니라 흩어져 살아내는, 살려내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다문화 사회–존재의 문제

현대 사회의 특징을 꼽으라면 흔히들 ‘다문화’ 사회라고 표현한다. 문화의 개념을 한 집단 안에서 형성되고 정착된 가치, 신념, 행위 등의 총체라는 이해에 기반하여, 다문화 사회란 한 집단 안에 이러한 가치 체계가 두 개 이상 중첩, 공존하고 있음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른’ 문화의 공존은 공간 혹은 시간의 교차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한 공간 안에 다른 민족 혹은 다른 종교적 집단이 존재하는 사회를 다문화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김혜란과 최은영도 언급했듯이, “세계화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 국가 간의 장벽은 무너지고 자본, 노동, 인구 이동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국가 간 이동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형태도 다양”해졌고, 이러한 파생적 결과로 다문화 결혼, 자녀 출산까지 고려한다면 현대 사회와 교회는 다문화의 큰 틀로 사고하고 미래를 준비하여야 한다.[1] 이와 같이 공간의 충돌로 인해 생겨나는 다문화 현상과 더불어, 시간의 충돌로 인한 다문화 또한 존재한다. 한 민족으로 한 언어를 쓰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공유할 수 없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문화적 차이와 갈등이 있다. 자녀 세대는 한국 전쟁이나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지 못하고, 빠르게 발달하는 테크놀로지와 웹 기반의 문화적 교류는 소통의 방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여기서 문제는, 현대 교회와 교회 교육이 이러한 다층적인 문화의 충돌과 대화를 얼마나 인지하고 이에 대처하느냐에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대다수 한인 이민 교회의 경우만 보더라도, 교회에서 인종 차별, 양성평등, 종교 간의 대화 등 정치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설교나 교육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2020년 들어서면서 확산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교회는 모든 공적 모임 자체가 힘들어졌다.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점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 내 흑인과 백인 사이의 갈등과 대립은 그 위험 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대부분의 이민 교회는 이러한 다문화 다인종 사회의 갈등 속에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관계의 권력 역학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민자들은 오히려 사회의 갈등과 소외로부터의 피난처로서 이민 교회 공동체를 찾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의 교회는 사회 변혁의 힘을 잃고, 오히려 집단 이기주의의 근원지처럼 취급되며 사회적 질타와 배척을 당하는 실정이다.

한국계 미국인 실천신학자인 피터 차는 젊은 한인 2세대들에게 비치는 한인교회의 이미지를 다음 세 가지로 묘사했다. 첫 번째는 ‘미술 박물관’과 같은 교회다. 사람들이 자신과 자녀들의 성취를 자랑하듯 전시하기 위해 교회로 모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민족 문화 센터’와 같은 교회다. 신앙의 성장을 위해 교회에 모인다기보다는 같은 민족의 문화를 보존하고, 타인종과의 결혼을 지양하며 단일 민족성을 보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세 번째는 ‘가짜 대가족’이다. 가족 친지가 없는 타향살이 중에 교회 공동체는 형제자매와도 같고, 가족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또한 그 안에는 가부장적인 가치 체계와 권위가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2세 한인 청년들이 대부분 한인 이민 교회를 떠난다는 것이 피터 차의 설명이다.[2]

이 점은 한인 이민 교회에 대한 나의 경험이나 분석과도 일치한다. 비록 피터 차의 연구는 20여 년 전에 이루어졌지만, 2021년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한인교회에는 우리가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가치들과 신앙의 유산이 있다. 나는 한인교회가 민족 중심주의를 넘어 더 넓은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와 신앙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한인 이민 교회는 우리의 것, 우리의 정체성을 잘 발전시키면서 인종 차별에 반대하고 다문화 사회에 부응하는 사회 정의 연대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필자는 이 글에서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서의 ‘다문화,’ ‘다문화적 접근’을 통해 시공간을 교차하며 다양한 접점을 형성하고 파장을 일으키는 물결들 사이에서 교회의 자리를 찾아보고 앞으로 헤쳐나갈 방향을 찾고자 한다.

관계와 태도의 문제

집단 간에 존재하는 다른 문화와 종교, 생활 양태를 인식하는 존재의 문제 다음에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서로의 자리와 차이를 동등하게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느냐에 있다. 어떠한 태도로 타인을 대할 것인가에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첫 번째 열쇠가 달려있다. 기독교 교육학자이자 한국에서 이주민 대상으로 다문화 사역을 하는 오현선 박사는 그녀의 책 <다름·다양성·관용>에서 소수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환대의 문화와 단절의 문화를 비교 설명한다.

이주민에게 쉽게 반말을 하고, 한국말을 잘 몰라 의사 표현을 못 하는 것을 마치 인지 수준이 낮은 사람으로 무시하거나,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행동과 태도가 어색할 뿐인데, 그들을 마치 미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취급하는 등의 태도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소수자들과 약자들을 살피고,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정의로운 ‘환대의 문화”(Culture of Hospitality)가 아니다. 오히려 관계의 단절을 전제하고, 문화적 우월감으로 상대방을 비하하고, 다수 체제로의 적응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여 이주민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게 만드는 부정의한 ‘고립과 단절의 문화’(Culture of Isolation)를 만들어 낼 뿐이다.[3]

우리는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에 따라, ‘환대’ 혹은 ‘적대’의 문화 모두를 경험한다. 인종으로나 종교적으로 다수의 집단에 속했을 때 우리와 다른 소수를 환대하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소수 이민자로서 타국에서 살면서 환대를 받기도 하고 배척을 당하기도 한다. 이에 오현선은 무엇보다 “상호 공감”(mutual empathy)적 태도가 다문화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시작점임을 강조한다.[4] 타인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바대로 타인을 대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마태복음 7:12). 자신이 약자일 수 있고, 배척당하고 고립당할 수 있는 존재임을 기억한다면, 타인이 나와 다르다 하여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타인과의 관계 설정의 문제에서 우리는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모두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동등한 사랑과 존중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 공감을 기반으로 한 공존을 위하여, 오현선은 '관계문화모델'을 제시한다. 관계의 권력 역학을 고려하여 단절적인 다문화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다.[5] 오현선은 이 모델을 통해, ① 사람은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성장하며, ② 갈등도 관계의 한 부분이고, ③ 중심만이 아니라 주변의 목소리들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상호 공감을 연습해야 하며, ④ 자기 지지(self-sustaining)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과 실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6]

개인주의와 개교회 중심의 확대는 생명 문화에 어긋난다.

교회의 정체성과 공적 역할

그렇다면 이러한 관계문화모델의 실천이 교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는 그의 책 <광장에 선 기독교>에서 종교적 목적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받은 사랑으로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들과 서로 사랑하고 번영하는 것에 있다고 역설한다. 볼프는 교회 안에서의 역할보다는 교회와 교회 밖, 종교와 종교, 종교와 세상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이 관계가 건강하게 맺어질 때 결국에는 서로 다름의 관계없이 모두가 번영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예언자적 종교로서의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강조한다. 사적인 영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공적인 영역에서 교회가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신앙의 기능 장애’라고 그는 지적한다. 그가 분석하는 신앙의 기능 장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상승의 기능 장애, 즉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업적을 위해 신의 이름을 도용하는 것, 둘째는 회귀의 기능 장애, 즉 우리의 신앙이 자신에게 안정을 제공하지만, 공동체에는 유익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7] 그러므로 교회는 관계문화모델을 훈련함으로써 신앙의 기능 장애를 극복하여 하나님, 그리고 사회적 이웃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마이클 프로스트와 앨런 허쉬의 삼원론적 교회론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프로스트와 허쉬는 21세기 이머징 처치(emerging church)의 존재론과 선교 전략을 논하면서, 지금까지의 복음주의 신앙에 지배적이었던 이원론적 사고관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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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관은 하나님과 세상, 그리고 그 사이에 교회를 배치함으로써 교회가 중간 매개의 역할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하나님과 세상 문화가 이해의 양극단에 있음으로 근본적인 대화와 공감이 불가능하다. 그들은 이것이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교회 경험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의 이원론적인 교회론에 대한 비판은 한국 교회와 교인들의 일반적인 경험과도 다르지 않다. 결국 이는 신앙인으로서 교회에서 예배와 교육을 통해 생활하는 이들이 근본적으로 이분법적인 삶을 극복하지 못하는 비극을 낳는다.[9]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프로스트와 허쉬는 하나님, 교회, 세상이라는 세 주체를 균형 있게 재배치하여 공동의 지점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통전적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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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이 세 원이 중심에서 만나 교회의 정체성을 바로 알고 예수의 사역과 가르침을 세상으로 확장한다면, ‘신앙의 기능 장애’를 극복한 예언자적인 교회로 거듭날 수 있다. 프로스트와 허쉬가 말하듯이 “이 방식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은 항상 우리의 선교적 상황 속에서 행해지며,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며, 모든 것에 열린 분명한 선교적 민감성을 갖춘다. 우리의 전도와 사회 참여는 공동체적이며,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 세상을 구속하는 일에 참여하며, 우리의 영성은 모든 삶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한다.”[11] 이와 같은 다면적이고 포괄적인 영성이 가능할 때만이, 우리의 신앙은 그 기능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에서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화와 변혁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 교회와 한인 이민 교회가 회복해야 할 교회론이다.

한국 교회, 공존을 위한 선택

오현선은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타자를 차별 없이 바라보고 상호 공존의 삶의 태도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다문화 기독교 종교 교육은 “이주민, 이주민 2세, 비이주민 모두가 경험해야 할 교육이다.”[12] 지금까지의 교회가 세상과 거리를 두고서도 존립이 가능했다면, 더는 그럴 수 없다. 지금까지의 교회가 다른 인종, 문화, 종교와 대화하지 않고도 유지할 수 있었다면, 더는 아니다. 기독교 교육 신학자 임영택의 말을 빌리자면, “개인주의와 개교회 중심의 확대는 생명 문화에 어긋난다. 특히 오늘의 집단이기주의는 ‘더불어’가 아니라 ‘우리끼리만’의 생명 파괴이다.”[13]

더군다나 코로나19는 이 세대의 교회가 집단 이기주의나 승리적 사고방식으로는 더는 생존할 수 없음을 알려주었다. 앞으로의 생존은 무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공존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14] 지금까지 인종적으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울타리 안에 있었다면, 이제 우리는 적극적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 시대로 인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온라인 문화, 디지털의 창문을 열고 세상과 대화하며, 건물 안에 모이는 교회가 아니라 흩어져 살아내는, 살려내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황의성 박사
시카고신학대학원 종교교육학 방문조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1

SOURCES

김혜란, 최은영. 성서에서 만나는 다문화 이야기. 대전: 대장간, 2013.

볼프, 미로슬라브. 광장에 선 기독교: 공적 신앙이란 무엇인가. 김명윤 역. 서울: IVP, 2014.

오현선. 다름 다양성 관용: 기독교다문화교육. 서울: 꿈꾸는터, 2014.

이도영. 코로나19 이후 시대와 한국교회의 과제. 서울: 새물결플러스, 2020.

임영택. 교육신학의 문화적 접근. 서울: 한들출판사, 2007.

프로스트, 마이클, 앨런 허쉬. 새로운 교회가 온다. 지성근 역. 서울: IVP, 2009.

Cha, Peter. “Finding a Church Home,” in Following Jesus without Dishonoring Your Parents: Asian American Discipleship. Peter Cha et al. Downers Grove, IL: InterVarsity Press, 1998.


[1] 김혜란, 최은영, 성서에서 만나는 다문화 이야기 (대전: 대장간, 2013), 14.

[2] Peter Cha, “Finding a Church Home,” in Following Jesus without Dishonoring Your Parents: Asian American Discipleship, Peter Cha et al. (Downers Grove, IL: InterVarsity Press, 1998), 146-147.

[3] 오현선, 다름·다양성·관용: 기독교다문화교육 (서울: 꿈꾸는터, 2014), 79.

[4] 오현선, 83.

[5] 오현선, 80-81.

[6] 오현선, 81-82, 88.

[7] 미로슬라브 볼프, 광장에 기독교: 공적 신앙이란 무엇인가, 김명윤 역 (서울: IVP, 2014), 111.

[8]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 새로운 교회가 온다, 지성근 역 (서울: IVP, 2009), 287.

[9]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 287-288.

[10]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 289.

[11] 마이클 프로스트, 앨런 허쉬, 289.

[12] 오현선, 167-168.

[13] 임영택, 교육신학의 문화적 접근 (서울: 한들출판사, 2007), 168.

[14] 이도영, 코로나19 이후 시대와 한국교회의 과제 (서울: 새물결플러스, 2020),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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