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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위기: 회복을 위하여

By Shannon Kim

Stock hands clasped over bible

“과거에 대하여서는 인정하고, 미래에 대하여서는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을 믿고 기대하며, 현재에 충실하게, 현재 함께하는 사람들과 다르더라도 다양한 문화로부터 나와 다르게 지내왔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무엇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지 인식하고 서로의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이해의 여지를 넓히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가능한 한 여유의 범위 안에서 도움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면 좋겠다.”

들어가는 말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 삶의 방식들, 각자의 문제들을 가지고 자기 삶의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찾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세상에 사는 이유,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지, 쉽지 않은 인생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근거를 찾아가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곤 한다. 다양한 사회적 제도의 불만족과 관련된 사회 운동, 정치와 관련한 각 당의 대립, 심지어 교회 내에서도 문제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접근하여 다르게 해석하고, 부딪히고, 갈등을 겪는 상황들이 많다.

복잡한 상황들이 있을 때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의문이 생기는 것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적 문제나 교회 안팎으로 갈등과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 심리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본문에서는 다양한 상황들을 심리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기독교인으로서 치유를 경험하는 방향을 모색해 보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데 각자의 자리에서 공헌할 방법이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심리적 측면을 아는 것의 중요성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심리적 이론을 살펴봄으로써 삶과 관련하여 변화를 겪을 때 각 개인이나 공동체가 어떤 부분에서 심리적 역동을 경험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것은 변화 또는 위기를 경험하는 개인이나 공동체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어떤 비슷한 심리적 작용을 경험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하여 개인과 공동체의 심리적 역동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인식을 넓히게 되어 타인, 타종교, 타문화, 타인종, 타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1. 심리학적 측면으로 보는 정체성과 위기의 관계

매슬로우는 인간이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어 할 때,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하여 단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매슬로우가 설명하는 욕구의 단계를 하위 욕구부터 상위 욕구의 단계로 보면,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존중감과 관련된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Maslow, 1943). 요약하면, 기본적으로 먹고, 입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부분이 충족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평안하게 보호받고 살고 싶은 안전 욕구를 추구한다. 먹고 안전하게 살아갈 정도가 되면, 어딘가에 소속되어 누군가와 함께 공통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함께하고 싶어 하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를 실현하고 싶어 한다. 소속감이 어느 정도 실현되면 그다음에는 자존감을 충족시키고, 자신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하고, 존경받고 싶어 하고, 자기 자신의 자아실현을 추구하기 위하여 목표를 세우고 나아간다.

1) 정체성

많은 사람이 삶에서 추구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요소들과 매슬로우의 각 욕구의 단계에서 추구하는 부분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동기 부여와 감정의 연관 관계를 보면, 대부분 사람은 행복감이나 만족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방향으로 동기가 부여되는 반면, 불안, 고통, 불쾌, 슬픔 같은 부정적인 정서는 회피하는 방향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동기 부여와 감정의 역동이 인생의 다양한 사건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자신은 누구인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소속하여 있는 공동체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삶의 어떤 부분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와 관련하여 무엇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 생각을 발전시키고 관련된 행동을 해나가면서 정체성을 강화해 나간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정당화, 합리화하는 과정인 정체성 형성의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다. 에릭 에릭슨의 발달 단계 이론에 따르면 각 개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시기별로 현실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습득하고, 주위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연속적인 과정을 거쳐나가는데, 적응 과정에 따른 연령별 성취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Erikson, 1959). 그 과정을 통하여 어떤 성향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는지, 교육을 어느 정도 받고, 어떤 특징의 직장을 가지게 되는지,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방법으로 해결을 도모하고 어떻게 발전을 성취하는지, 각 발전 과정의 과제를 성취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자신에 대한 이미지, 타인에 대한 관념, 세상에 대한 관점, 정체성이 발달한다.

2) 정체성의 위기

어린 시절부터 자라나면서 가지게 된 사고방식, 다양한 기억들, 사회 문화적인 상황에서 형성된 사고방식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확립이 되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그룹에 속해 있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와 관련하여 형성된 정체성에 위기가 다가올 때가 있다. 특히, 준비가 안 된 상태에 위기가 발생하고, 위기가 쉽게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 오랫동안 열심히 만들어오고 믿어온 세계관과 자신에 대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되면서 정체성과 관련된 혼란이 가중되게 된다. 동시에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방어 기제가 작동되어 현실을 왜곡하여 받아들이거나 관계에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상황도 생기곤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되면서 일상에 미친 일반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 보겠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소속감을 느끼고, 비슷한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과 관련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등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의 상위 부분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 이후에 수많은 비즈니스가 파산했거나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영향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실직자나 구직자가 되었고, 삶을 유지하고 살아왔던 일을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전에 하던 일과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지, 당장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 불안함, 허망함 등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되면서,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의 하위 부분의 욕구마저도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만연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정작 가장 중요해지고, 중요하게 여기고 살았던 삶의 목표 같은 것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2. 다양하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과 위기에 대한 반응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또한 개인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과 관련하여 다양하게 나타난다. 프로이드는 방어 기제에 관하여 이야기하는데, 많은 사람이 불안함을 통제하기 어려울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아 방어적인 행동으로 현실을 부정하거나 왜곡시키는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Freud, 1937).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들게 하는 안 좋은 상황을 의식하지 않도록 억누르거나, 위협적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하여 적극적인 행동을 동반한 반동 형성을 하기도 하고, 용납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나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남 탓을 하거나, 상처받는 자아를 달래기 위하여 상황을 합리화하거나, 원래의 대상에게 화를 풀 수 없는 경우에는 힘이 없다고 여겨지는 대상에게 적대감을 푸는 등의 행동들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어적인 행동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면 현재 일어나는 각종 사회 문제나 개인의 문제들이 그동안 추구해왔던 것들에 대하여 예상하지 못했던 질병 상황으로 인하여 박탈되는 위기의식으로 인하여 자신과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의 존재 의미와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민감하게 방어적인 행동이 나타나며 갈등이 야기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와 관련하여 자신과 공동체의 가치와 의미를 지키려고 한 의도가 방어적으로 나타나서 타인과 타그룹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심리적 또는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각종 사회 정책 관련 반대 운동, 정치적 이슈를 동반한 갈등, 교회 내의 문제와 관계의 문제 등의 발생 요인이 일종의 의미 요인과 정체성과 관련된 위기의식과 맞물린 방어 기제의 작동과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일상적으로 기대하는 것들을 성취해 나가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 보상받고 의미를 부여하며 만족할 만한 정체성을 세워나가는 삶을 살면 스트레스 요인이 있더라도 관계의 문제나 사회적 잠재적 갈등 요소들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기본적인 욕구가 박탈되었거나 박탈될 위기의 상황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스트레스 요인이 가중되면 관계의 문제나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더욱 민감한 반응이 나타나며 더 큰 갈등과 상처가 야기된다.

성경적 측면에서 보는 상황의 이해

매슬로우가 제시하는 삶의 추구하는 여러 가지 측면들, 존재의 의미, 정체성의 변화와 관련된 위기의식이 생길 때 방어적인 행동이 나오는 것이 자신과 속한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타인과 타공동체에 피해나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면, 가능하면 문제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개입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어떤 방법으로 위기를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데에 있어서, 성경에 나타난 상황을 살펴보면서 예수님의 공생애에서 배우거나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당시 사회적 구조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시대의 사회적 구조 안에서의 공동체의 특성은 매우 배타적이었다. 정치적으로 또한 종교적으로 어떤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사회적 위치, 거주하는 공간의 지리적 특성, 직업적 특성, 결속력, 각종 혜택, 문제 해결 방법 등에 다양한 변수가 각기 다르게 작용하였다. 인종적, 지역적, 사회적 서열 같은 것들이 작용하는 사회였으며, 각기 다른 공동체들과 관련하여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 있을 때는 정치적 구조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들도 많았다.

1) 헤롯 공동체

당시 유대인들이 사는 지역은 사회정치적으로 로마에 종속되어 있었다. 유대인들이 사는 지역에서 헤롯 가문은 정치적으로 실제 최고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헤롯 가문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통치권 아래에서 유대인들은 사회법을 따라야 했다. 많은 유대인이 정치적 통치로부터 독립을 원했지만, 헤롯 왕가와 정치인들은 오히려 유대인 공동체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Rowley, 1940).

당시 헤롯 왕가에 결탁하여 세금을 걷는 등 유대인들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하는 유대인들이 있었다(Freedman, 1992). 같은 유대인이었음에도 이 헤롯 공동체의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측면에서 유대인들을 위해 정해놓은 다양한 종교 법칙을 다 따르며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회정치적으로 일반적인 유대인들과는 다르게 살 수밖에 없는, 전혀 다른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던 공동체로서 당시에 경제적인 풍요와 정치적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대인이었음에도 다른 유대인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였다. 헤롯 왕가와 사회정치적 구조를 관장하는 공동체 안에서 종교적으로 온전히 헌신하며 살기도 쉽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 풍족함을 가져다주는 선택의 자유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종교와 경제적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사는 것을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라고 여겼던 경향이 있었다.

2) 열심당 공동체

사회정치적으로 로마에 종속되어 사는 유대 민족 가운데, 헤롯을 중심으로 한 세속적 통치에 반대하고, 유대인의 정치적, 종교적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는 유대 민족의 민족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열심당 공동체가 있었다(Cross, 2005). 이들은 이스라엘이 정치적 부분과 관련하여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로마의 통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고, 이스라엘은 다윗왕의 후손으로 선택된 유대인이 통치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믿음 속에 로마 제국의 요구에 대항하고 투쟁하며 공동체의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을 세워나갔다.

이 공동체는 오랫동안 메시아—왕, 구원자, 해방자—를 기다리고 있었고, 메시아를 통하여 유대인의 정치적 독립과 자유가 성취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들은 예수님이 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라는 사실을 믿게 된 때부터, 예수님을 통하여서 그들이 바라고 기대하던 유대 민족의 독립, 자유, 사회정치적 이상 실현의 목적이 성취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리하여 예수님을 알게 되고, 행하시는 기적을 목격하면서 예수님을 열정적으로 따르고, 유대 민족의 정치적 독립을 꿈꾸며 예수님을 중심으로 이루어 나가게 될 독립과 관련된 자아실현을 기대하고 실현하고 싶어 하였다.

2. 예수님의 해결 방법, 포용성, 구원으로 주어진 정체성

예수님은 사회정치적인 면에서 추구하는 성향이 극단적으로 다르며 각각의 다양한 가치관의 기준을 가진 공동체들이 있는 환경에서 공생애 활동을 하셨다. 바리새파, 서기관들, 헤롯파 등 예수님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공동체들이 있는가 하면, 예수님을 세속적인 목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분으로 인식하여 열심히 따르는 열심당 같은 공동체들도 있는 상황이었다.

헤롯파 공동체와 열심당 공동체는 특히 서로를 대함에 있어서 사회정치적으로 적대적인 관계였고, 서로를 비난하고, 서로의 존재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등 공존하기 어려운 갈등 관계였다. 특히, 당시의 세금 추징자들, 헤롯 정부에 공생하며 유대인들의 돈을 가져가는 유대인들을 배신한 유대인, 유대인 공동체 안에서도 배척당하고, 예배 참여를 거부당하고, 믿을 수 없는 부류로 분류되었던 그 공동체에서 예수님은 세리 마태를 선택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사는 집에 친히 찾아가셔서 마태의 동료 세리들과 다른 제자들이 함께 식사하도록 하시는 등 수용성, 친밀함의 본보기를 보여 주셨다(마태복음 9:9~10). 열심당 출신 시몬이나 열심당 지역인 가룟 출신 유다 같은 제자들이 있는 상황에, 헤롯 공동체 출신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적대감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율법을 들이대며 예수님이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한다고 정죄하는 바리새인들이 있는 상황이었는데(마태복음 9:11), 예수님은 자신이 정죄되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드셨고, 함께하며 동고동락하도록 하셨다.

예수님의 제자들을 보면 사회의 각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볼 수 있다. 부자, 가난한 자, 배운 자, 못 배운 자, 극좌, 극우가 만나보거나, 이야기해보거나, 지내본 적 없는 사람들을 함께하도록 부르셨다. 각자의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세워진 각기 다른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지내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로에 대하여, 또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하여 경험하며 배워 가도록 하셨다. 완벽한 삶의 본보기를 가지고 있는 준비된 이를 선택하는 대신에, 예수님은 단점이 있는 상태대로, 죄인인 모습 그대로, 삶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의 있는 모습 그대로의 상태에 방문하셨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함께하기 어려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제자들이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함께 지내면서 예수님을 통하여 진정한 하나님의 가족이 되도록 하신 것이다. 그럼으로써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으로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확립하도록 하셨다.

치유를 위하여

1.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

정체성과 관련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 있는지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와 관련 있는 하위 욕구부터 상위 욕구의 요소들과 관련하여 환경, 사회적, 경제적인 어떤 부분과 관련하여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하면, 그 요소들에 변동이 있을 때 정체성과 관련하여 위기가 오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이나 타공동체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았던 헤롯 공동체의 유대인들 같은 경우,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와 관련하여, 이미 모든 기본적 하위 욕구나 정치적 부분과 관련하여 상위 욕구를 추구하며 사는 상황에서, 메시아가 출생하여 유대인의 통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이 누리는 것들이 박탈되거나, 원하지 않는 방식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위기였다. 그래서 속한 공동체의 사회정치적 의미와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예수님의 탄생 소식이 있고 그 지역 전체의 유아를 살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을 때(마가복음 2:16~18), 메시아에 대하여 선포하는 세례 요한이 옥에 가둬지고 목이 베어져 살해되는(마가복음 6:17~29) 등의 상황에서 예수님의 행적에 대하여 반대하고 부정하는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데 방어적 방관으로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헤롯의 정치적 야욕에 반기를 드는 열심당 공동체는 예수님을 더 잘 알게 되고 따르게 될수록 알게 되는 사실이, 그들이 기대하던 세속적인 목표를 예수님을 통해서 실현하기 어렵다는 부분이었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와 관련하여 기대하던 하위 욕구들에 대한 보장이 없고 상위 욕구에 대하여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 공동체의 사람들은 예수님을 향하여 나름 헌신했던 시간과 열정에 대하여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의 상실감과 위기의식은 그토록 예수님을 따라다니고 지지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예수님을 반대하고 십자가 처벌에 동의하는 등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의 모든 행적을 부인하는 행위에 가담하는 적대적인 방어적 행동으로 나타났다(마태복음 27:20~26).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린 시절부터 가족 분위기, 교육 방식, 사회적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시키고 성취해 놓은 정체성이 있는 상태에서 더 큰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상태에 필요로 하는 것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현실 불안과 또는 기대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상황 인식은 인생의 큰 위기로 닥쳐올 수 있다. 정체성의 위기를 감소시키는 접근 방법으로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의 요소들과 관련하여 변화할 수 있는 것에 존재의 의미, 정체성을 연관 짓는 것보다도, 상황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에 정체성이나 존재의 의미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2.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

예수님이 제자들을 교육하고, 기적을 행하시고, 세상의 시험대 위에 오르실 때도 계속해서 강조하신 부분은 우리—나 자신, 내가 속한 공동체, 타인, 타인이 속한 공동체—는 하나님의 양자로서 함께 선택받은 자녀라는 점이다(갈라디아서 3:26~28). 자신에 대해서 또는 타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지, 어떻게 관계하며 지내든지, 환경과 상황이 어떤지에 상관없이, 선호하는 정당에 상관없이, 인종이 어떻든 간에 상관없이, 사회 계층 어디에 속하든지 성경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어지는 존재의 의미, 정체성은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하시는 소중한 자녀,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가족이 되는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마태복음 13:50).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왔든지 상관없이 예수님을 통하여 가족으로 부름을 받았다고 생각할 때, 정치적 대립, 여러 가지 사회적 운동, 교회 내의 다양한 갈등을 경험하는 것을 보면, 현재로서는 완벽하게 서로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을 도와줄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있는 이상적인 모습의 가족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다른 부분들을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는 모습 그대로, 잘하는 부분도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는 상태 그대로, 잘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함께 지내 줄 수 있는, 삶의 문제를 함께 안고 가는 그런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또한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미래가 활짝 열려있는 가족의 형태로 모인 공동체로는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건들에 연루되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공동체의 의견을 접하며, 정죄하기도 하고 정죄당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삶의 과정들을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지나가게 되는 와중에도 우리는 믿음으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소중한 자녀, 한 가족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의 가족이 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정체성의 근간이 잘 세워지면, 상황적 요소가 변하여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의 요소들이 박탈되거나 변동하는 위기가 오더라도 존재의 의미,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지, 이 삶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와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사랑받는 존재, 더욱더 성장하는 존재, 모든 것들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이미지와 더욱더 비슷해지는 과정이라고 여기며, 평안을 유지하며, 힘든 시기에 방향성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3.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역할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자녀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고, 매슬로우의 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의 목표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그리스도인 가족으로서의 포용성을 고려해 보면 어떨지 제안하고자 한다. 예수님께서는 불편할 있는 관계의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시고 함께 지내도록 하시면서 스스로 정죄되고 비난받는 것까지도 수용하셨다. 그래서 예수님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고, 과거의 상처, 사회적 갈등에서 오는 어려움, 다양한 삶에서 겪는 도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마음을 열고, 치유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다양한 갈등은 서로의 이야기를 충분히 공유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길이 열린다(Wachtel, 1993). 가족이라는 개념 안에서 서로를 위하여 시간을 만들고, 이야기를 들어줄 공간을 만듦으로써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어려움에 대하여서도 공감해주고, 서로의 장점을 알아가고 인정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에 대하여 잘 알게 될수록, 서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잘 알게 될수록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며,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더 관심이 생기게 되고 상처가 치유되며 갈등의 요소와 관련하여서는 적절한 경계선을 지키며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족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 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피 흘려서 돌아가시기까지 하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 가족이 되는 특별한 기회를 주셨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피로 구속된 떼려야 뗄 수 없는 혈연관계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우리를 향한 영원한 삶의 길을 열어주신 선한 큰 뜻을 믿고,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그리스도인으로서의 가족 관계 인정, 자신의 한계 인정, 공감이 있는 공생을 통한 성장과 변화에 대한 열린 마음 가지기, 서로에 대하여 알아가기—을 하며, 그 과정을 통하여 가족 전체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키고, 진정한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배려해 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보조를 맞춰주고, 인내하며 기다려 주기도 해야 할 것이다(김진영, 2016).

나오는 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가져오는 가중된 불안함과 위기가 만연한 이 시기에 그리스도인으로서, 특히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 타인과 타인이 속한 공동체에 대하여 생각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과거에 대하여서는 인정하고, 미래에 대하여서는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을 믿고 기대하며, 현재에 충실하게, 현재 함께하는 사람들과 다르더라도 다양한 문화로부터 나와 다르게 지내왔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무엇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지 인식하고 서로의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이해의 여지를 넓히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가능한 한 여유의 범위 안에서 도움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면 좋겠다.

SOURCES

  • Cross, F. L. and Livingstone, E. A. The Oxford dictionary of the Christian Church (3rev.ed.).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 Erikson, E. H. Identity and the Life Cycle. New York: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1959.
  • Freedman, D. N. The Anchor Bible Dictionary. New York: Doubleday, 1992.
  • Freud, A. The Ego and the Mechanisms of Defence. London: Pub. by L. and Virginia Woolf at the Hogarth Press, and the Institute of Psychoanalysis,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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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영. 목회상담 이야기. 학지사, 2016.

최신영 교수 Ph.D
헨리아펜젤러대학교 목회상담학 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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