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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에 대한 교회의 역할 (2)

By ShinHyung Seong

Candles in Church Service 72px

혐오와 배제의 메커니즘

인류는 끊임없이 혐오와 배제의 메커니즘을 발전시켜왔다. 혐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느끼는 매우 보편적인 감정으로 수치심, 불결함, 역겨움 등과 같은 감정과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은 특정 집단을 배척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취약성을 지닌 집단에 불결함과 역겨움의 이미지가 씌워지고, 이것이 혐오로 발전되어 사회화되곤 한다. 이러한 감정은 오랜 시간을 거쳐서 문명화되면서, 청결에 대한 관습을 만들어내는데, 인간이 불결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서 혐오와 배제를 제도화한다. 이렇게 ‘비정상’이라는 사회적인 낙인을 찍어서 만들어지는 혐오와 배제의 메커니즘은 사회 안에서 법률과 도덕률을 형성하는 데 작용하곤 한다.[i]

또한 인간의 폭력성은 혐오와 배제의 메커니즘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소위 말하는 ‘비정상’ 범주에 속하는 대상에게 가하는 폭력은 사회 속에서 무의식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로, 이것이 ‘성스러움’으로 포장되어 종교적인 희생 제의의 형식으로 드러나곤 한다. 이런 행동은 어떤 대상을 희생물로 정해놓고 자신들의 폭력성을 그 대상에 투사하면서 ‘성스러움’으로 포장한다. 이것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한다.[ii] 이런 접근이 인간 폭력성의 종교적인 차원이라면, 인간 폭력성의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이것이 ‘호모 사케르’ 개념이다. ‘사케르’는 ‘신성하다’는 뜻으로, 로마의 법적 전통에서 사회적으로 밀려나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대상을 ‘호모 사케르’라고 불렀는데, 이미 신에게 바쳐진 존재를 의미한다. 신에게 바쳐졌기 때문에, 이들은 그 어떤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이들은 죽여도 되는 존재들이다. 사회는 이런 대상을 ‘신성한’ 대상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들의 폭력성을 정당화한다.[iii]

인간의 폭력성은 혐오와 배제의 메커니즘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자신의 폭력성을 이러한 과정으로 정당화시켰고, ‘나쁜 폭력’과 ‘좋은 폭력’이라는 이분법을 만들어서 사회화했다. 인간은 혐오와 배제의 논리로 ‘비정상’이라고 하는 도덕률을 만들기도 하고, ‘희생양’, ‘호모 사케르’ 등의 개념을 만들어서 폭력성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오늘날 인류는 과거처럼 희생양이나 호모 사케르를 만들지는 않지만, 이러한 폭력성은 다른 대상을 향해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이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으로 포장되어 드러나곤 한다. 이러한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되기 가장 쉬운 대상이 바로 난민이다.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 – 신앙인

인간의 심리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혐오와 배제의 논리가 가장 잘 적용되고 있는 난민 이슈에 대해서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찾기 위해서 ‘신앙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려고 한다.

다시 한번 질문을 곱씹어 보자. 신앙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난민 문제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찾는데, 이 질문을 먼저 제기하는 이유는 교회는 신앙인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이 교회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신앙인이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그 분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자”를 말한다.[iv] 이 정의대로 말씀을 믿고 따르는 자가 신앙인이라면, ‘믿음’과 ‘행위’가 신앙인의 가장 중요한 기초라고 말할 수 있다. 교회 전통에서 믿음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그리스도(구원자)이심을 믿는 것이고, 행위는 그리스도인(예수를 믿는 자)으로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 해당한다. 이 믿음은 하나님을 만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통해서 비롯되고, 이러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세계를 살아가면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기를 결심한다.

여기에서 함께 생각하고 싶은 것은 우리 신앙인은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라는 점이다. ‘단독자’는 키르케고르가 사용한 철학적인 개념이다. 19세기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탐구한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인간은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로 살아갈 때 진정한 ‘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체(나)는 세계 속에서 다양한 감각적인 경험(심미적 경험)과 윤리적 경험을 쌓아가면서 ‘나’로서 성장해가지만, 종교적 경험에 이를 때 그 성장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다.[v] 모세처럼, 아브라함처럼, 베드로처럼, 바울처럼. 신앙인은 하나님과 대면하여 하나님을 만난다. 그리고 그 부르심을 듣고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나님께서 가라고 명하신 자리로 가게 된다.

하나님께서 명하신 자리로 가는 것이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행위가 드러나는 자리다. 즉 신앙인의 윤리적인 삶은 마치 광야의 모세에게 “이스라엘로 돌아가라”고 하시고, 아브라함에게 “내가 지시한 땅으로 가라”고 하시고, 베드로에게 “나를 따르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행하는 삶이다. 즉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윤리다. 이런 점에서 윤리는 하나님 은혜의 결과다. 많은 기독교인이 윤리와 신앙을 분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오해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만나서 그 앞에 선 단독자가 된 신앙인은 하나님을 만난 사람답게 살아가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결심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서 살아가는 삶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경험한 사람이 그 사랑을 따라서 살아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 선 단독자로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삶의 행위는 어떠해야 하는가? 예수께서는 마태복음의 산상수훈과 누가복음의 평지 설교에서 기독교인의 윤리적인 삶에 대해서 잘 말씀하셨다. 그것은 바로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해주어라”라는 황금률 말씀이다(마태복음 7:12, 누가복음 6:31). 이 말씀은 윤리의 ‘황금률’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이 내용은 성경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의 경전에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황금률은 매우 독특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마태복음 7장에는 예수께서 황금률을 말씀하신 후에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로 결론이 내려져 있고, 누가복음 6장 27~36절에는 원수 사랑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황금률을 전체 말씀의 중간에 넣어서 이야기하셨다. 바로 이 두 본문에 나오는 황금률의 핵심은 ‘사랑’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황금률은 단순히 남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너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사랑은, 비록 너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원수 사랑’의 단계까지 나가는 사랑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은혜)을 받은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라는 말씀은 매우 단순하고 명확한 기독교 윤리의 핵심 내용이다. 난민을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하나님의 말씀이다.

난민 문제에 대한 교회의 역할 (3)

성신형 Ph.D
숭실대학교 베어드교양대학 조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2


  • [i] 누스바움, 2015: 185-214.
  • [ii] 지라르, 1997: 35-51.
  • [iii] 아감벤, 2008: 155-171.
  • [iv] 가스펠서브, 2013.
  • [v] 키르케고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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