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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생태적 전환 그리고 교회 (2)

By Beom-Shik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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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와 대응에 관한 몇 가지 질문들

기후 변화로 인한 화석 연료 및 탄소에 기반한 인류 문명의 문제점이 가시화되면서 대중들의 변화에 대한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지구적 토론과 그 대응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교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토론이나 특별한 대응 노력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글은 교계와 신앙인들이 이 문제를 토론해야 할 이유와 그 출발점에 대한 단상을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기후 변화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미 시작된 기후 온난화의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을 산업 혁명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모든 사람이 현재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90% 넘게 줄여야 한다. ‘탈(脫)탄소’란 어쩌면 사실상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이런 탈탄소의 어려움 때문에 IPCC는 ‘탄소 중립’을 제안하였다. 탄소 중립이란 탄소를 내포한 온실가스의 배출과 그것을 상쇄하는 조치 사이에서 균형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규모의 탄소 포집을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기술적 성과가 없다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밀림이 개발 때문에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더욱 우리를 절망케 한다. 한 그루 나무 심기 운동 정도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의 주된 기재인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지구촌에서 전반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더 이상 높이지 않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 또한 다른 오염과 환경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원자력이나 수소 등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이것이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위험이나 문제에 대해 충분한 대책과 해법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 같이 고민하며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상황을 활용하려는 어떤 이들은 화려한 친환경 수사와 기획을 통해 돈과 권력을 획득하려 할 수도 있으며, 비현실적인 반(反)탄소 문명적 접근으로 사회의 퇴행을 선동할 수도 있음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중장기적 비전 속에서 해야 할 일들을 구분하고 각각의 성격에 따른 실천의 시간표를 염두에 두고 인간의 미래를 위한 변화에 나서야만 한다.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이런 변화의 국제적 노력은 크게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을 위한 노력으로 나타난다. 완화란 당장 기후 변화의 가속화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기후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고, 적응은 기후 온난화로 야기되는 새로운 도전들에 대비하고 준비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1997년 교토의정서 체제에 의해 부속서-I 국가(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수립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 표명되었지만, 이 국제 공조는 급속히 부상하는 신흥 개도국들도 온실가스 감축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났다. 이후 기후 변화 대응 체제는 붕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서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각국의 능력에 걸맞게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면서 보편적 감축 정책을 조율해 내는 데 성공했다.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 연료가 현 단계 생산과 공급과 가격 측면에서 가장 적정한 원료라는 기존의 통념적 사고를 깨고, 파리협약에 따른 신기후 체제하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신재생 에너지의 적극적 발굴과 사용 등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세계 각국이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점이 대단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들은 지구 온난화를 멈추기 위한 충분한 정도의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데 신속하지 못했으며, 기후 온난화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개도국과 저개발국에 노력과 감축에 참여하도록 독려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정적, 기술적 지원(계획)을 구체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완화와 적응을 위한 새로운 동력은 깨어나기 시작한 소비자들과 시민 사회의 대응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 활동에 대한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기준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소비자에 의한 기업 활동에 대한 감시와 친환경–사회 기여형 기업에 대한 투자의 유인이라는 관점이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에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촉구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에 의한 규범적 압력과 달리 시장에서의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의 선택이라는 압력이 기업의 친환경적 경영을 촉구함으로써 기업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힘이 작용하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게다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환경 비용 부과에 대한 의무적 고려와 국경에서의 탄소 조정의 방안 도입을 탄소세와 탄소 관세를 통해 정책화하려는 선진국들의 적극적 의지도 고조되고 있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며 생산된 물품과 그 거래에는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탄소 배출의 권리를 거래하는 탄소 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높여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가속하려는 경제 주체들의 노력과 시장에서의 모멘텀은 향후 기후 온난화에 대한 대응 관련 지구적 노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기후 온난화 추세를 인정하고,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에 있다는 합의에 도달하고, 또한 기후 온난화에 대한 대응 노력을 추동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이 지니는 특성이다. 대체로 국제적 변화는 개인이나 단체의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승화되면서 국가 정책이 바뀌고, 나아가 국가 간 이견을 줄이면서 국제적 연대가 이루어지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상승적 연계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 이슈의 경우, 개인이나 전문가 단체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이 국가나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를 노정하게 되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전문가 그룹이 바로 국제적 연대를 통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992년)이란 국제기구의 결성을 자극하였고, 이 기구가 중심이 되어 교토의정서나 파리협약과 같은 틀을 만들어 국가들의 행동 및 그 소속된 기업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게 되었다. 국가의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국제적 영향력이 우회적 고리를 통해서 전 지구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이는 기후 변화 문제는 여타 환경 문제가 특정한 지방에서 발발하여 그 영향력도 지역적 한계를 지녀왔던 것과 달리 전 지구적 수준에서 파급력을 가지는 최초의 이슈이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의 도전은 전 지구적 대응 행동의 노력을 요구하는 바 이를 조율하는 국제기구와 같은 국제적 협력이 지니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생태적 전환’이나 ‘탄소 문명’을 넘어 ‘탄소 문화’를 창달해야 한다.

한편 이 같은 즉각적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노력 이외에도 더 근본적이며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최근 들어 논의되고 있는 ‘생태적 전환’이나 ‘탄소 문명’을 넘어 ‘탄소 문화’를 창달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 활동의 중심에 생태계의 건강을 두고 사고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청된다는 주장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생태적 전환에 대한 주장은 생태학의 일부로서 시작되었던 경제학 본연의 목적을 회복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도덕 경제학’의 성립에 대한 요청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인간의 인식 및 행동 양식의 변화와 도덕화는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서 생태 중심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이 결합하면서 생태 주류화라는 인간의 집단적 삶의 양식 변화를 추동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주장은 탄소 문화의 창달에 대한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사실 인간이 발전시켜 온 문명을 탄소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다. 탄소는 생명체인 유기물의 기초 원소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발달된 도구를 만들고 각종 이기(利器)를 발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해 온 주된 에너지원들도 대부분이 태양광을 전환하여 고도로 응축한 것으로 화석 연료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탄소를 바탕으로 인간은 편리하고 발달된 문명을 창조해 왔다. 하지만 이 문명의 편리가 주는 가치를 평가하고 다각도로 사유하는 비판적 이성을 고도화하지 못했으며, 탄소 문명에 합당한 세계관, 인간관 및 자연관을 발전시켜 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탄소 문명을 기술적, 효용적, 도구적 차원에서 고도화하는 데에만 국한된 관심을 넘어 이를 도덕적이며 가치적으로 고도화하는 탄소 문화의 창달이야말로 현재 기후 위기를 대하는 중장기적인 해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위기와 관련하여 기술 결정론적 사고에 근거해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의 진보가 기후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사고는 위험하다. 4차 산업혁명이 에너지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서 4차 산업혁명이 전기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엄청나게 증가시킬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인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 데이터를 적용하는 생활 방식이 확산한다면 2040년경 현재 수준의 100만 배의 정보량이 소비될 것이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인류는 현재보다 약 100배의 전기를 증산해야 한다. 기존에 우리 문명을 구축해 온 팽창주의적 개발 방식으로 인간의 편의만을 주된 기준으로 사고하면서 기후 변화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후 변화를 완화하고 적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의 과제는 정책적이거나 경제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생태적이며 문명 전환적 차원에서도 인류의 의미 있는, 아니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어야 한다.

기후 변화와 생태적 전환 그리고 교회 (3)

신범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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