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식과 허용의 문제: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제 (1)
By Iljoon Park

이 글은 ‘LID 2024 리더십저널’에 실린 글로 3편으로 나눠 게재합니다.
묵시론적 AI와 몸의 경험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는 실감 나는 기사 글이 2023년 6월 2일 자 <Washington Post>에 “ChatGPT took their jobs. Now they walk dogs and fix air conditioners”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인공지능 시대가 현실화되면, 역설적으로 저소득 육체노동자의 일자리보다는 고소득 지식 노동자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있었지만, ChatGPT가 현실에 적용되면서 카피라이터와 같은 이들의 직업을 실제로 대체하기 시작해서, 이제 그들은 개를 산책시키고 에어컨을 고치는 일로 밀려났다는 기사 내용이다. 기사에 등장하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34세 에릭 페인은 지난 10년간 카피라이터로서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지난 3월부터 일감이 끊어졌다. 거래처 회사들은 이제 ChatGPT를 활용하여 카피라이팅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에릭은 이제 배관공이 되기 위해 기술 학교에 다닌다는 내용을 기사는 담고 있었다. 기사에 인용된 골드만삭스의 지난 3월 보고서는 전 세계 일자리 18%가 생성형 AI로 대체될 것이며, 이는 주로 화이트칼라의 직업을 위협할 것이라고 보았다. 동시에 이 보고서는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직업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말이다. 사실 이를 인공지능의 역설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개발 초기, 이런 부류의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면, 힘들고 어려운 소위 3D 업종들은 기계가 담당하고, 사람들은 더 편한 일자리를 차지하며 더 나은 세상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인공지능 기술은 육체노동을 대체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오히려 고소득 지식기반 전문직을 대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래서 고소득 전문직, 예를 들어, 대학교수, 의사, 판사, 검사, 회계사, 법무사 등의 직종들이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들로 꼽혔다. 아마도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는 이러한 우려가 괜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알리는 보도였을 것이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인공지능으로 대치되고, 인간 카피라이터는 이제 배관공으로 이직하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은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의 시나리오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디지털 네트워크와 결합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의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인간과 전쟁을 벌이는 중이거나, 심지어는 인간의 뇌가 정신적 작용을 하면서 내는 열을 채집하여, 기계 가동을 위한 에너지로 변환하여 쓰고 있는 ‘매트릭스’의 미래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자체를 대치할지 모른다는 대중들의 불안을 종말론적으로 부추긴다. 그렇게 인간의 종말이 도래한다는 시나리오다. 게다가 기후 변화와 생태계 위기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까지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도 좋을 것이다. 2021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Don’t Look Up>은 이러한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의 정치가 얼마나 한심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무지한 정치인이 유력 첨단기술 사업자에게 홀려, 결정적인 순간 최악의 선택을 반복하는 모습을 그려준다. 지식과 정보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는 정치인이 결정권을 쥐고 있는 현대사회의 모순된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그 와중에 정보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는 미디어와 대중들은 정치인의 최악의 선택에 공모자들이 되고 만다. 영화 <Don’t Look Up>은 그래서 인공지능과 네트워크의 연결로 방대한 정보에 대한 대중의 접근이 용이해진 시대, 역설적으로 중요한 것은 방대한 정보가 아니라 올바른 정보와 그 방대한 정보의 세계에서 올바른 정보를 분별해 낼 수 있는 ‘분별력’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능을 모방하는 것보다 인간의 몸을 모방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왜 인공지능은 육체노동을 대체하기 어려울까? 육체노동을 대체하려면 로봇 공학이 인간의 육체 수준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발달해야 한다. 비록 현재 로봇 공학은 일부 회사들이 매우 혁신적인 제품들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상용화 단계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사실 ‘지능’을 모방하는 것보다 인간의 몸을 모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훨씬 더 어렵다. 우선 인간의 몸은 두뇌에 매달린 꼭두각시 인형이 아니다. 오히려 외부 세계를 지각하는 감각 기관들을 갖고 있지 않은 두뇌에 외부 세계를 연결해 주는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감당한다. 하지만 이 몸이라는 인터페이스는 그저 두뇌와 외부 세계를 수동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두뇌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면서, 몸은 스스로—라투르가 말하는—중재자 mediator 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행위 주체성을 발휘한다. 우리의 생각과 의지가 몸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서 많은 영향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유와 지능과 창조성의 발휘에 ‘체현’ embodiment 의 구조가 개입하고 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두뇌와 중추 신경계가 없는 곰팡이류나 식물류 혹은 ‘집단 지성’ swarm intelligence 을 발휘하는 군집 곤충류 등이 지능을 발휘하고 있음을 예증하는 생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유추한다면, ‘몸’의 조직과 기능 자체가 지능을 이미 구현하는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개발에서 유명한 한스 모라벡 Hans Moravec 과 로드니 브룩스 Rodney Brooks 간에는 인공지능과 몸 그리고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의 격차가 존재한다. 로드니 브룩스가 개발하는 로봇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재 디지털 알고리즘 기반의 인공지능을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브룩스는 M.I.T 건물 내부에 나뒹구는 코카콜라 캔을 수집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중이었다. 처음에는 로봇이 캔을 수집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알고리즘으로 설치하여 운용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시동한 로봇은 작동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였다. 움직일 때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확인한 후 다음 동작을 가져가는 알고리즘 기반의 로봇은 너무 느렸다. 브룩스는 그래서 중앙 집적식 연산이 아니라 평행 분산 연산 방식을 적용하여, 바퀴와 손과 눈의 연산이 각각 자율적이고 단순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였다. 중앙 연산 장치를 통해 작동하기보다는 이동할 때 바퀴는 장애물이 있으면 멈추고 없으면 진행하는 방식의 on/off 스타일로, 시각 장치는 이동 장치와 상관없이 주변을 관측하며 코카콜라 캔을 스캔하여 포착하는 일만을 전담하고, 만일 캔을 포착하면 그쪽으로 이동하도록 이동 장치에 연락을 전달하고, 도착하면 손을 이용해 캔을 수집하도록 했다. 중앙 연산 장치로 모든 상황을 제어하기보다, 평행 프로세서들이 각자 맡은 기능들을 제어하면서 연결되는 방식의 평행 제어 시스템을 장착한 이 로봇은 이제 빌딩 안을 돌아다니며 캔을 수집한다. 그런데 단순한 코카콜라 캔 하나를 수집하는 일이 수월치가 않다. 캔의 모양이 세워졌을 때, 뒤집어졌을 때, 옆으로 누웠을 때, 누군가 찌그러트려 놓았을 때의 모양들이 각각 제각각이어서, 이 다양한 모습들을 ‘코카콜라 캔’으로 인식하는 일이 일단 보통 일이 아니었다.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다니고 있어서, 특별히 안전사고에 절대적으로 유의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캔을 수집하는 모습을 보던 브룩스는 ‘저 로봇은 마치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는데, 중앙 연산 장치를 통해 연결되지 않았기에 ‘생각’이나 ‘숙고’ 혹은 ‘성찰’과 같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평행 프로세서들이 각각의 기능에 충실하여 서로 연결된 구조로 작동하는 방식이 마치 지능의 창발을 가져오는 것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드니 브룩스의 이러한 표현은 어쩌면 ‘마음의 창발’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두뇌나 기억의 역량 자체가 ‘마음’의 기능과 작동을 포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은 몸의 경험 즉 ‘체현’ embodiment 과 더불어 일어나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AI 지식과 허용의 문제: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제 (2)
박일준 교수 Ph.D.
원광대학교 한중역사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Contact Us for Help
Contact Discipleship Ministries staff for additional gui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