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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동반자로서 사역하기: 내러티브적 접근을 통한 목회적 돌봄

By Myounghun Yun

I S Multigenerational Asian Family

인간은 ‘이야기하는 존재’다. 이는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등장한 이야기 심리학의 관점이다. 그러나 사실 훨씬 이전부터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이해 속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기독교 신학의 인간론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이야기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야기(Narrative)는 단순한 과거 경험의 회상이 아니라, 개인이나 공동체가 현재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지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적인 스크립트를 의미한다. 어떤 면에서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내면화하여 그 이야기 속 대본에 따라 살아가는 배우와 같다. 이야기는 우리가 걸어온 과거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걸어갈 미래를 형성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내러티브적 관점에서 볼 때, 신앙 공동체는 단순히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신앙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해석적 공동체’(Interpretative community)로 규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교회 공동체와 그 안에 속한 개인들을 이해하고 목회하는 데 유용한 해석학적 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개인과 공동체가 살아가는 지배적인 이야기(Dominant Narrative)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도전의 요소를 분별하며, 숨겨진 강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소망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형성해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야기는 앞으로 걸어갈 미래를 형성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난 수년간 내러티브 목회 상담을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사역 현장에서 적용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러티브적 접근을 목회 사역에 적용하기 위한 다섯 가지 실천적 방법과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이야기 동반자로서 목회 사역을 바라보라.

누군가 “인생은 이미 시작된 영화의 중간에 들어갔다가 결말을 보지 못하고 나오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역자는 진행 중인 이야기에 들어가, 공동체의 여정에 동행하는 소명을 지니고 있음을 기억하자. 모든 회중, 가족, 개인은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속에는 성공, 실패, 희망, 절망, 전환점과 성장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신앙과 사명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이다. 이와 같은 내러티브적 관점을 목회에 적용할 때, 목회의 본질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가는 개인과 공동체의 여정에 ‘이야기적 동반자’(Narrative Companion)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정의할 수 있다.

목회적 돌봄과 상담을 공부하고 훈련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목회 상담이 목회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역의 상당 부분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목회 사역을 ‘이야기적 동반자’로서 상호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사역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사역자가 새로운 사역 환경에 들어갈 때, 이는 회중을 ‘진행 중인 이야기’로 이해해야 함을 의미하며, 공동체의 역사, 전통, 주요 인물, 의미 있는 사건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중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지배적인 이야기가 무엇인지, 또한 어떤 문제적 이야기가 그들의 가능성과 관계를 제약하고 있는지 듣고 배우고 분별하는 과정이 중요한 목회적 과제가 된다. 이처럼 내러티브적 접근은 공동체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신뢰와 협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 이야기적 동반자로서 ‘반응’이 아닌 ‘배움’을 위한 경청을 하라.

내러티브적인 관점에서 듣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목회자나 사역자로서 우리는 왜 듣는가? 물론 이해하기 위해서 듣지만 우리는 동시에 반응하기 위해서 듣는 경향이 있고, 어떻게 반응할지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러티브 심리학자인 댄 메카담스에 따르면 “정체성이란 삶의 이야기다”(Identity is a life story). 이야기라는 창문들을 통해 우리는 한 사람의 정체성이란 집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내러티브적 관점에서 들음의 목적은 배움이다. 이야기 동반자는 배우기 위해 듣는다. 흔히, 사역자들에게 들음은 상대방을 배우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가르치고 자신이 믿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함일 때가 많다.

이야기 동반자는 한 개인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간에 자신의 현실 상황과 한계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본인 자신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판단을 보류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다. 듣고 있는 내용이 지극히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경우나 동의가 어려운 경우에도 비판이나 성급한 결론 대신 호기심과 열린 마음의 자세(Not-Knowing Attitude)를 유지한다. 과거의 한 이야기에 고착되어 있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는 내면의 위기 신호일 수 있다. 상대방이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 그 이야기가 그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왜 중요한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귀를 기울인다. 내러티브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이 말할 때, 그들이 하는 말은 그들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것이 현재 상황이나 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이야기 동반자의 역할이다.

3. 내러티브적 질문을 통해 깊이 있는 소통을 하라.

이야기 동반자에게 들음의 목적이 다른 것처럼, 질문하는 목적도 달라진다. 내러티브적 관점에서 질문은 상대방의 경험을 촉진하고 생성하기 위함이다. 또한 질문을 통해 다른 관점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사역자가 심방할 때, 대화가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맴돌다 끝나는 경우가 있다.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한 신뢰 쌓기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많은 경우 이는 목회자가 던지는 질문의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가 목회적 대화의 질과 깊이를 좌우함을 고려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촉진할 수 있는 ‘이야기적 은유’(Narrative Metaphors)에 기반한 질문들을 던져보자.

예를 들어, 교회 새가족들과의 미팅,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노인들, 특히 죽음을 앞둔 분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 있다. “당신의 인생을 책으로 비유한다면 현재 당신은 어떤 장(chapter)을 써나가고 있나요? 당신 인생의 책을 정의하는 중요한 순간/전환점은 무엇이었으며 그 안에서 신앙(하나님)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이야기의 저자로서, 지금까지 당신에게 가장 도전적이거나 변화를 불러온 장은 무엇이었나요? 만약 인생의 한 장을 다시 쓸 수 있다면 어떤 장을 선택하고 싶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평소라면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대화 상대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유의미한 질문이 될 수 있고 깊이 있는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세례, 결혼, 이혼, 은퇴, 질병, 죽음과 같은 인생의 갈림길에 선 이들에게 이러한 질문들은 개인이 어떤 지배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이야기의 관점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질문들을 나눔으로써 좀 더 깊이 있는 소통을 시도해 보자.

4. 문제로 가득한 이야기를 외재화 (Externalization) 하라.

이야기적 동반자로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때론 문제로 가득한 이야기(Problem-saturated Story)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로 가득 찬 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는 문제와 사람 사이에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본래 사람은 사람이고 문제는 문제여야 하지만, 문제로 가득 찬 이야기를 살아가는 개인이나 회중에게는 사람이 곧 문제가 되고, 문제가 곧 사람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에 발생하는 역학 중 하나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책임과 원망이 전가되고 이 과정에서 회중은 죄책감, 분노, 무력감을 느끼며 문제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제가 한 개인이나 회중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어 버린다.

여기서 이야기적 동반자의 역할은 개인/회중이 살아가는 문제적 혹은 역기능적인 이야기를 직면하게 하고 그 안에 밀착된 문제와 사람 사이에 공간을 만듦으로써 그 관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야기 치료에서는 이를 ‘외재화’(Externalization)라고 부른다. 그 문제가 언제 어떤 계기로 개인과 공동체 삶 안으로 들어왔는지, 지금까지 그 문제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서 그 문제의 영향력이 커지거나, 혹은 줄어들었는지를 성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외재화된다. 제아무리 오랜 시간 개인/ 회중에게 밀착되어 온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본질적 정체성이 아니며, 과거 어떤 시점에 시작되고 흘러 들어온 것이다. 이를 깨닫게 될 때, 문제가 작동하는 내적 원리나 전술, 동기, 목적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고 문제와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중은 빈번한 목회자의 변화로 인한 상처와 불신이라는 지배적인 이야기를 살아내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문제를 “Transition”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리고 이 문제가 구성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도식화함으로써 문제를 외재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회중은 비난 게임에서 벗어나 문제를 회중 이야기의 한 참여자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문제를 외재화하는 과정은 개인/회중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개인/회중이 문제와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거리두기’이다. 이는 개인이든, 공동체든, 누군가를 온전히 백 퍼센트 잠식한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로 가득 찬 이야기의 예외(Unique Outcomes), 즉 문제가 개인/회중에게 전혀 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순간과 경험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들은 개인/회중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약속하는 대안적 이야기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개인/공동체를 규정하는 문제적 이야기와 대척되는 대안적 이야기는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을 뿐이다.

5.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한 내러티브적 환경을 조성하고 확장하라.

개인과 회중은 사회문화적 내러티브 환경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나눈다. 또한 신앙인들은 하나님의 이야기라는 맥락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는 영적 욕구가 있으며 그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 목회자나 목회 상담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이야기 동반자로서 목회자의 역할은 간증과 스토리텔링의 기회를 제공하여 새로운 내러티브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이는 구성원들에게 간증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들이 경험한 신앙의 영향을 나눌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내가 현재 섬기는 교회에서 예배 중 간증과 스토리텔링은 대부분의 교인에게 그리 특별하거나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으며, 그 이야기가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지난 몇 년 동안 봐왔기 때문이다.

예배팀은 설교 시리즈를 계획할 때 간증과 스토리텔링을 할 사람들을 함께 준비시킨다. 예를 들어, “When Faith Meets Science”라는 설교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교인들 세 명을 각각 인터뷰하여 그들이 기독교 신앙 안에서 과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하는지에 대한 진솔한 신앙 고백을 들었다. 이를 통해 과학에 대한 적대적이고 배타적인 이해가 미디어의 두드러진 관심을 받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설교와 예배의 주제나 포커스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나눌 수 있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잠재되어 있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야기 동반자의 역할은 그 새로운 이야기들이 공동체 안에서 계속해서 구성하고, 발굴되고 들릴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놀라운 점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러티브 환경은 교회 공동체가 함께 영적으로 성장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더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디지털 스토리텔링 방식은 사전에 대화와 성찰을 위한 질문을 제공한 후, 편안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녹화를 진행함으로써,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디지털 매체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를 공동체 밖으로 널리 공유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내러티브 환경을 확장하는 일은 신앙 공동체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기억하자. 때로는 교회 바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교회 공동체의 존재 의미를 재발견하고 정체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This Is Our Community”라는 설교 시리즈를 진행하며, 지역 내 도서관장, 교육위원회, 경찰서장 등 지역 리더들과 구성원들을 초대하여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필요와 현실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교회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섬기는 교회의 Church and Society 팀이 대뉴저지연회에서 진행한 Bridges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약 100명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세대의 돌봄 제공자(Caregivers)를 위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삶의 이야기가 복음이란 거룩한 이야기를 통해 새롭게 쓰였듯, 지역 공동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의 이야기도 새로워지며, 그 변화를 통해 지역 사회의 이야기 또한 새롭게 쓰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의 동반자로서의 교회 모습이 아닐까.

윤명헌 목사 [email protected]
Succasunna United Methodist Church, 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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