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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밖으로

By Sun-Joong Kim

Stock open door 72px
Photo courtesy: Matthew T Rader

이 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이 말씀을 하시고 손과 옆구리를 보이시니 제자들이 주를 보고 기뻐하더라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향하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질 것이요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으리라 하시니라(요 20:19-23).

오래전 한국에서 동생이 대학 지원을 할 때의 일입니다. 목표로 정한 대학 진학을 위해 성실히 준비했고 무난히 입학할 수 있다고 평가되었는데, 그해의 예상 경쟁률이 매우 높게 발표되었고 결국은 다른 대학에 지원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 경쟁률은 거품으로 드러났고, 만약 원래 계획대로 지원했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좌절감과 쓰라린 마음 때문인지 동생은 일주일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를 않더군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꿈과 희망이 사라져 삶의 토대가 흔들릴 때, 미래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때,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관계가 깨질 때, 우리는 그렇게 문을 걸어 잠그고 그 안에 꼭꼭 숨게 됩니다. 점차 현실감이 마비되어 헤어나려는 의지마저 포기하게 되면 그 안에 갇힌 채로 더 큰 어둠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러했습니다. 3년간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던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니 그들의 유일했던 삶의 이유와 목적과 근거가 사라지고, 예수님을 죽게 만든 이들이 잔당을 소탕한답시고 그들에게도 손을 뻗칠 수도 있었으니 그들은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스스로 자신을 집안에 가두고 숨어있습니다.

그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이 찾아가셨습니다. 그들에게 “평화”를 빌어주시고,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고, 그들을 사명자로 파송하시고, 그들에게 “숨”을 내쉬면서 “성령”을 받으라고 말씀하시고, 용서의 능력을 덧입혀 주십니다.

주님은 증오와 차별과 억압과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평화와 화해의 삶을 이끌도록 초대하십니다.

“평화”( εἰρήνη, eirene, 에이레네)라는 말의 어원이라고 추정되는 동사 “에이로” (ερω)의 뜻은 “결합한다”는 뜻이니, 평화를 빌어주신다는 것은 두려움과 절망과 슬픔으로 인해 찢기고 끊어졌던 제자직을 다시 회복시키시는 것이며, 찢기고 분열된 세상 역시도 하나님 나라의 빛에서 온전히 회복시켜야 할 뜨거운 책임이 있음을 밝히시는 것입니다.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면서 죄와 죽음의 권세조차 이기신 부활의 능력으로 그렇게 하셨으니 주님이 주시는 평화 뒤에는 하나님의 능력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들의 죽었던 정체성을 다시 살리시면서 그들을 세상에 파송하십니다. 숨을 내쉬면서 성령을 받으라고 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흙으로 아담을 지으신 후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신 것과 비슷하니, 제자들을 성령으로 새롭게 빚으시면서 새로운 사명자로 되살려내시는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죄용서의 능력을 주심으로써 아직도 증오와 차별과 억압과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평화와 화해의 삶을 이끌도록 초대하십니다.

이렇게 문을 잠그고 숨어있는 제자들에게 다가가셔서 그들의 조각난 마음을 다시 이어주는 평화의 선물을 주시면서, 믿음이 없는 모습을 믿음의 모습으로, 체념과 절망을 새로운 사명감으로 바꾸셨습니다. 요한복음 20장 19절에 나오는 “두려움”이라는 단어 포보스 (φόβος, phobos)에 이오타 (ι)라는 철자만 있으면 “밝게 빛난다”는 단어 포이보스(Φοῖβος , phoibos )로 바뀌니, 우리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면 평화와 믿음과 사명감으로 밝게 빛날 것이고, 주님이 함께하시지 않으면 두려움과 절망과 아픔과 의심과 체념으로 가득할 뿐입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우리는 마스크에 생명이 좌우될지도 모를 만큼 연약한 존재이지만, 우리는 또한 그 마스크를 넘어 우주를 호흡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평화를 주시고 사명을 새로이 빚어 주시고 성령의 능력과 용서의 능력을 덧입혀 주시며 우리를 문밖으로 이끄시고 세상 속에서 밝게 빛나는 새로운 삶을 감당케 하시는 주님의 손을 꼭 붙잡는 부활절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김선중 목사 [email protected]
South Milwaukee UMC 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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