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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문화와 기독교 영성 (1)

By Hong Soon Won

Stock bible open on table

지금 우리는 광범위한 중독 사회 안에서 살고 있다. 이제 중독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퍼지고 있다. 한 개인의 중독은 가족과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중독 현상은 심화하고 확산하여 나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이해와 대처 방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독의 문제는 개인적 치료나 사회 시스템의 전환을 통하여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의식의 전환을 통해서 해결되어야 한다.

한국 내 마약류 사범이 일 년에 1만 명을 넘어섰다. 재벌 3세나 일부 연예인들이 접하던 마약이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모두에게 노출되어 있다. 마약의 확산 속도는 우리 예상을 넘어선다. 2018년을 기준으로 마약 단속에 적발된 마약 사범만 12,600명에 달하며 해마다 마약 중독자가 16만 명씩 증가한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번져나가던 마약 문화가 일반인들에게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음을 알리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이 날로 심해져서 ‘세계보건기구’(WTO)가 ‘게임 중독’에 질병 코드를 부여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을 보고 가느라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히기도 하고,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걷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며 ‘스마트폰 좀비’ 또는 ‘스몸비’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중독의 고전적 의미는 유해물질이 체내에서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그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 반복적, 지속적 충동을 느끼거나 대상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도 중독에 포함한다. 중독이란 본래 인간적 욕구 충족을 위한 대체 효과에 의존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대체 효과는 욕망의 궁극적 해결 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금단 증상에 빠지고 만다.

중독의 문제는 윤리적으로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정체성은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구심점이다. 정체성이 흔들릴 때 인간은 더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사회 현실에 대하여 주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정체성이 흔들리면 가치관과 세계관이 흔들린다. 정체성의 상실은 단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교회 공동체도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빛과 소금의 정체성을 부여받은 존재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상실하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세상이 교회의 빛과 소금이 된다. 그 결과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정체성 대신에, 세상의 몸을 형성하는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가 교회를 지배한다. 예수가 성전에서 채찍을 드셨던 사건은 정체성을 상실한 오늘의 교회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채우려는 욕심보다 비움의 덕이 필요하다.

고귀한 존재일수록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면 반대로 더 비천해지는 법이다. 소금은 가장 가치 있는 존재이지만, 소금이 맛을 잃으면 발에 밟히고 만다. 천사장 루시엘이 최고의 천사가 된 것은 자기 안에 거룩한 자질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빛’이라는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의 영광을 기리는 사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 둘 사이의 관계가 역전된다. 그 결과 세상이 교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 교회를 비추고, 교회의 맛을 내게 된다. 그것은 세상을 지배하는 힘의 논리와 물질주의가 교회 안으로 들어와 교회를 지배하는 것이다. 교회 성장이 경제 성장과 맞물리고, 교회의 영적 권위가 정치적 힘의 논리로 대체된다. 자연에서처럼 사회적 관계 안에도 힘의 교류가 일어난다.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에는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사회적 관계의 대상자들은 힘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 교회와 세상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세상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순간 영향을 받는다. 교회가 세상에 영향을 줄 때는 세상에 구심력으로 작용하지만, 그 힘의 균형이 깨어져서 세상이 교회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힘의 관계가 구심력에서 원심력으로 전환되어 세상의 지배를 받게 된다. 교회가 세상에 중독되는 것이다.

중독의 치유는 정체성 회복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교회와 세상의 올바른 관계의 출발점이다. 교회의 정체성은 그리스도와 세상 사이에서 끊임없는 순환 운동을 통해서 형성되고 유지된다.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불린 존재’(ekklesia)이며, 동시에 세상을 향해 ‘파송된 존재’(apostolos)이다.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그리스도에게 돌아옴을 통하여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시 세상으로 파송되면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한다. 교회의 위기는 세상으로부터 불린 채 세상과 단절되어 자기 안에 고립되든지, 아니면 세상으로 파송된 채 세상 안에 안주함으로써 세상화되는 데 있다.

중독 치유 전문가 크레이그 네켄은 오늘날 인간에게 가장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는 질환이 중독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흡연율 세계 1위이며, 알코올 중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선다. 그리고 마약 중독자만도 4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중독 증상에 불과하다. 어느덧 인터넷 중독 증세를 나타내는 청소년이 100만 명을 넘어선다. 그 밖에도 쇼핑 중독, 성형 중독, 성 중독들이 하나의 총체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360만 명이 넘는 로또 인구는 도박중독의 심각성을 드러내며, 급증하는 카드 신용 불량자들 대부분은 쇼핑 중독의 결과이다. 이처럼 우리는 중독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증후군에서 벗어나려고 중독에 빠졌다. 하지만 요즘은 과도한 욕망을 좇다가 중독에 빠지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화 자체가 욕망을 절제하기보다 폭발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좋은 것도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다. 넘치는 것보다는 모자란 것이 더 낫다. 채우려는 욕심보다 비움의 덕이 필요하다. 채우려는 욕망은 더욱더 결핍을 느끼게 하는 소유욕 때문이며, 비움의 덕은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으로 여기는 청지기 의식에서 출발한다.

중독은 의학적으로 뇌세포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에 의한 뇌 기전의 변화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도파민을 통해서 우리 뇌의 쾌락 중추가 마비되는 현상이다. 중독 매체의 대부분은 우리 몸의 내외부에 자극을 주면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그때 우리는 쾌감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환각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문제는 우리 몸이 과다한 도파민 분비를 정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이전 상태를 유지하려고 갈수록 더 많은 양의 도파민을 요구한다. 결국 우리에겐 더 많은 양의 중독 매체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중독을 윤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면, 그 원인은 자기 조절 능력의 약화에 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에 의해 지배당하는 상태이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것에 의존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사고와 행위의 주체이다. 그것이 흔들릴 때 우리는 중독에 빠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중독은 정체성 상실을 가속한다.

성경은 인간이 시험에 빠지는 이유가 외부적인 유혹이라기보다, 인간 안에서 움직이는 과도한 욕망에 지배당한 결과라고 강조한다(야고보서 1:14~15). 욕망은 채울수록 더 강해진다. 욕망은 결핍의 표현이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는 이유는 그 자신이 항상 불완전함과 한계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망은 채움이 아니라 오히려 비움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충만한 존재만이 스스로 비울 수 있다. 자기를 비우시고 죽기까지 낮아지신 그리스도의 마음, 그것을 가질 때 비로소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다(빌립보서 2:5~8).

중독 문화와 기독교 영성 (2)

홍순원 교수
협성대학교 사회와 윤리 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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