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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열패의 신화에서 공감의 신학으로 (1)

By Hyok In Kwon

Protest sign 72px

“기독교 신앙은 싸움과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힘의 숭배를 강조한 바 없다. 예수의 가르침과 바울 사도의 권면, 그리고 선지자 이사야의 예언을 통해 알 수 있는 기독교 신앙의 정수는 우승열패의 신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힘을 통한 우위로 성공과 승리를 쟁취하거나, 반대로 열등한 존재를 구별하여 차별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서로 공감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야말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가장 부합한 이상적 모습이다.”

1. 미국의 인종주의 체제

미국은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뿌리로 삼아 공동체의 기초를 세운 국가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존중과 권리가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인종적으로 차별한 오랜 역사가 있다. 1863년 노예 해방 선언과 함께 2년 뒤인 1865년 미국 수정 헌법 제13조가 비준되면서 형식적으로는 인간의 기본 권리가 미국 사회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890년 “짐 크로법”(Jim Crow Law)을 제정하여 흑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하고 불평등한 인종 분리 정책을 실시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극심한 인종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3년 시작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은 경찰 폭력과 제도적 인종주의가 얼마나 미국 사회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실상 미국의 인종주의는 영국의 식민지 건설 직후부터 이어져 온 차별과 분리 정책으로 강화되었다. 1830년 ‘인디언 강제 이주법’을 통과시켜, 토착 원주민들로부터 유럽 백인(White Anglo-Saxon Protestant) 이주자들이 강제로 땅을 빼앗은 사건도 그중 하나다. 이주법으로 인해 당시 남부에 속한 5개 부족이 이주하면서 약 4천여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눈물의 행렬”(Trail of Tears)로 알려진 이 강제 이주는 이후 원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과 철저한 분리 동화 정책의 전조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었다. 서부에서 벌어진 멕시코와의 전쟁(1846~1848년) 승리 이후, 히스패닉 주민에 대한 가혹한 린치와 강제 추방 정책도 인종 분리의 단면을 보여 준 미국의 어두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멕시코계 미국인이 법과 부동산 회사의 정책으로 인해, 분리된 지역에 거주해야 했던 것은 미국 원주민에 대한 강제 이주법처럼 인종 간 분리를 합법화한 대표적 사례다.[i]

미국의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1820년대에 광산 및 철도 노동자로 이주해 온 중국인들도 기존 백인들로부터 심한 차별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황화론(黃禍論, Yellow Peril)을 주장하며, 무고한 중국인들을 백인들이 살해한 1871년의 로스앤젤레스 폭력 사건은 인종에 대한 차별적 무지가 얼마나 잔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ii] 심지어 1882년에는 ‘중국인 이주 금지법’(Chinese Exclusion Act)을 제정하여, 철저하게 미국 시민권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분리 정책을 시행하였다. 특히 아시아인에 대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편견은 질병의 원인을 인종 차원에서 찾은 역사에서 두드러진다.

황화(黃禍)라는 말의 근원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아시아인은 전염병의 숙주와 같은 편견의 대상이었다. 1876년 천연두(Small Pox)가 크게 유행했을 당시, 미국 주류 사회는 그 원인으로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지목했다. 아시아인은 불치병을 일으키고 이를 백인에게 전파한 불결하고 더러운 인종처럼 인식되었다. 감염병을 인종화하여 생각하는 편견과 차별적 인식은 1899년 하와이에서 확산한 선페스트(Bubonic Plague) 사태 때도 반복되었다. 정부는 유행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차이나타운을 진원지로 지목하고 감염자가 발생한 건물 등을 소각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로 인해 4,000명 이상의 아시아인 노숙자가 발생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일본계 미국인들에 대한 강제 수용소 격리도 전쟁이라는 변수 이외에 황화라는 편견이 내재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질병을 인종화하여 아시아인에게 맹목적으로 향하는 차별과 편견의 시선은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 사망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던 2003년 사스(SARS) 발병 때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발생하여, 많은 아시아계 소규모 영세업자들이 경제적인 타격을 입은 바 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첫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 사태는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급증시킨 계기가 되었다. 샌버나디노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혐오와 극단주의 센터(CSUSB, Center for the Study of Hate and Extremism)의 보고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전년도 대비 164% 증가했다.[iii] 뉴욕 경찰국의 증오 범죄 통계 보고에도 나타나듯, 다른 어떤 인종보다 같은 기간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여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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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Complaint Statistics Involving Hate Crimes Incidents by Bias Motivation, 1st Quarter 2021 [iv]

역설적이지만,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최근의 혐오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과 연관이 있다. 그동안 아시아인은 흑백의 인종 갈등 바깥에서 구경꾼처럼 한 발 떨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인종의 역학 관계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하며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 온 것이지만, 주류 사회 입장에서는 이방인 취급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아시아계 미국인”(Asian American)이란 명칭도 1960년대 인종 차별에 맞서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아시아인들을 연대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다. 그때까지 아시아인은 기껏해야 백인 주류 사회로부터 “모범적 소수자”(Model Minority)라는 칭찬을 통해, 백인 우월주의를 유지하고 다른 인종과의 구별을 강화하는 중간 지대 역할에만 만족할 뿐이었다. 한마디로 인종주의 체제에 철저하게 종속된 구성원으로 존재 가치가 매우 불명확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우승열패의 신화에서 공감의 신학으로 (2)

권혁인 목사
산타클라라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LID Leadership Journal 2022


[i] 배덕만, “미국사회의 인종차별 현실과 문제들”, 기독교 사상 2015년 1월호.

[ii] 황화론(黃禍論, Yellow Peril)은 독일 황제이던 빌헬름 2세가 1895년 황색의 아시아 인종이 서구의 백인을 위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 모략에 근거하고 있다. (알렉사 앨리스 주빈, “미국의 반아시아 인종차별주의의 근원: 팬데믹과 황화론” 국제사회보장리뷰 2020 겨울호 Vol. 15: 50~59).

[iii] Center for the Study of Hate & Extremism, Report to the Nation: Anti‐Asian Prejudice & Hate Crime, CSUSB (2021).

[iv] NYPD, https://www1.nyc.gov/site/nypd/stats/reports-analysis/hate-crimes.page 를 표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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