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quipping Leaders Korean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과 그리스도인 (3)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과 그리스도인 (3)

By Jinsoon Song

Arms raised black lives matter protest

기후 변화, 불평등을 넘어 정의로운 전환으로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위험사회>에서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Poverty is hierarchic, while smog is democratic)라고 말했다. 90년대 초반 벡은 급격한 근대화를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위협으로 지적했다. 문제는 지금의 위험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계급이나 국경, 대륙을 넘어 전 지구적이고 초국가적이며 그 해결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근대 문명의 발달은 인류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으나, 이를 해방적 파국으로 전환하면서 문명적 탈바꿈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위험 앞에 선 우리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가는 새로운 근대, 즉 성찰적 근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론 그는 부의 양극화와 함께 하층민에게 전가되는 위험의 축적성도 놓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모그가 민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시적으로 인식되는 계급 사회보다는 인식조차 불가능한 위험 사회가 더 긴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처에 잠재한 위험과 불안은 인류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지만, 문명의 전환은 그의 기대처럼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비가시적인 기후 변화가 이제는 인간을 포함한 전 지구적 위협으로 당도한 시대에서 문명의 예기치 않은 산물이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기후 변화, 곧 기후 재앙이다. 재앙은 인종, 경제, 소득과 교육 등 사회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미치고, 지역, 나이별로 노출 정도를 차등화한다.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지구 생존에 대한 위협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기후 불평등은 경제적 양극화와 개발 정도에 따른 국제 간 격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탄소 배출을 주도한 서구 유럽과 미국 등 일부 부유한 국가들과 뒤를 이어 경제 개발에 박차를 올리는 아시아가 경제 발전의 수혜를 입고 있다면, 저개발국이자 극빈국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의 국가들은 경제 발전의 폐해를 입고 있다. 사막화와 가뭄이 빚어낸 식량 문제에서부터 내란, 난민, 그리고 국가 간 분쟁에 이르는 문제들이 남반부를 중심으로 중첩되어 나타난다. 선진국에서는 결코 운영될 수 없는 위험물을 취급하는 공장들이 저개발이나 미개발국에 설립되면서 환경 오염과 천연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와 막대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이후 기업이 철수하면 지역 경제의 몰락은 물론 자연 파괴와 지역 사회의 폐허로 인해 거주민들의 삶까지도 전락하고 만다.

기후 변화에 책임 없는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은 현재 정치, 경제 구조가 얼마나 불의한가를 잘 보여준다. 기후 위기 혹은 기후 재앙이라는 현상 이면에는 이 체제의 뿌리 깊은 불평등과 불공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진즉에 기후 변화를 기후 정의로 의식을 전환하면서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요청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기후 변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기 조절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에너지 재고량, 환경 지탱 능력, 생물 자원, 경제 성장, 지구의 적재량 등 모든 면에서 유한성이 드러난 것이며 기존의 통제 도구와 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개인적 차원의 분노와 사회적 제도 개선, 혹은 경제 제도를 통한 정책 변화나 환경 조치와 같은 대응 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팬데믹과 함께 기후 변화는 지금의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지구 자연에 대한 새롭고 절실한 인식과 움직임을 요구한다. 바로 탈탄소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이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 중립(net-zero)을 법제화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5% 감축할 것을 선언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역시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 전환 정책 및 탄소 국경세 등 정책 수립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한국 역시 탄소 중립 선언과 함께 정치, 경제, 산업 등 각 분야와 지자체의 협력 속에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은 인류 생존을 위한 긴급한 시대적 요청이자 개인이나 국가 차원이 아니라 국제적 연대 속에서 이뤄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물론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이 쉬운 여정은 아니다. 그것은 개인 일상, 산업 구조, 노동 문제, 국가 정책 방향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직장을 잃고, 삶의 방향이 바뀌고, 손실과 상처를 입는 이들이 발생한다는 것에 관심을 두고, 많은 이해관계의 그물망에서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기준으로 삼고, 이견을 조율하고,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문명 전환의 과정은 폭력과 강제 혹은 억압이 아니라 누구도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야 한다.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과 그리스도인 (4)

송진순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외래교수,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연구실장
LID Leadership Journal 2022

Contact Us for Help

View staff by program area to ask for additional assistance.

Related


Subscribe

* indicates required

Please confirm that you want to receive email from us.

You can unsubscribe at any time by clicking the link in the footer of our emails. For information about our privacy practices, please read our Privacy Policy page.

We use Mailchimp as our marketing platform. By clicking below to subscribe, you acknowledge that your information will be transferred to Mailchimp for processing. Learn more about Mailchimp's privacy practices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