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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문명으로의 전환과 그리스도인 (1)

By Jinsoon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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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기후 위기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2년을 넘어서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누적 확진자는 2억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500만 명을 앞두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잠시 누그러졌던 확산세는 느슨해진 거리 두기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더니 다시금 새로운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초에는 유례없는 팬데믹 앞에서 세계적인 혼란과 불안이 팽배했으나, 한편으로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에 대한 낙관적 기대감도 서려 있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세계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전망이 아니라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기대하며 신속하게 새로운 정상성(New Normal)을 마련해야 했다. 코로나19를 통해 사회, 정치, 경제, 종교 분야에서 모든 일상이 중단되는 경험은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한 개인의 실존 문제에서부터 개인이 속한 공동체와 국가에 대해 근원적으로 다시 질문하게 하였다.

팬데믹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상황은 세계 곳곳에 방역과 보건 및 의료 체제에서 강력한 국가를 소환했고, 코로나 진원 집단에 대한 강한 배타성과 혐오 정서를 드러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직장 업무, 학업, 인간관계와 돌봄 등 당연한 일상에 비판적 성찰을 하게 했다. 대면으로 이루어진 모든 일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비대면 활동으로 대체되었고, 위기는 사회적으로 더 낮은 사람들, 경제적으로 더 빈곤한 사람들에게 더 혹독하게 찾아들었다. 기저 질환이 있는 노약자들은 바이러스에 더 취약했고,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계층은 정보와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소상공인·자영업자들, 비정규직 종사자를 비롯하여 생계가 막힌 서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사망자들은 애도의 예도 치르지 못한 채 사회에서 재빠르게 처리되었다. 종교는 생의 끝에 선 이들에게 위안을 주거나 의미를 부여하기는커녕 제 역할조차 하지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 사회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고, 세계 곳곳의 불평등을 가속화했다. 팬데믹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글로벌한 자본주의 문명, 자본과 능력을 기반으로 쌓아 올린 250년의 낙관적 신화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드러낸 징후이자, 동시에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생명/삶의 안전 사이의 모순을 드러낸 정치적 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팬데믹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2020년 4월 23일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실린 만평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링 안에서 지구가 코로나바이러스와 결투를 벌이는데 링 밖에는 슈퍼 헤비급의 기후 변화가 대기하고 있는 그림이다. 기후 변화가 팬데믹보다 더 큰 파국을 가져올 것이라는, 잠재된 위험에 대한 비판적 스케치였다. 한국 상황만 보더라도 2020년 한반도를 강타한 것은 비단 코로나19만이 아니었다. 54일간 지속한 역대 최장기 장마와 연이은 태풍 역시 정치적 위기를 극대화했다. 장기간 내린 비로 인해 전국에서 1,500여 건이 넘는 산사태가 발생했고, 지반 붕괴는 물론 교량과 도로 등 기반 시설들을 침수시켰다. 잇단 가뭄과 폭염과 한파 등 최근 10년간 지속한 극단적인 이상 기후 현상은 특히 사회 취약 계층인 노인, 어린이, 장애인,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린 일일 노동자들과 같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지역적으로는 도시가 아니라 농촌과 해안, 중심이 아니라 낙후된 주변, 수도권에서 떨어진 곳에서 도시적 삶의 물자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이들의 생계가 초토화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체감하는 고통의 강도는 숫자로밖에 표기되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이재민 확산 정도와 사망자, 교량 파괴, 산사태, 유실된 토지 등의 경제적 손실을 보여주는 수치들은 우리에게 공포와 불안의 전율을 전달했다. 그러나 숫자와 도표는 정작 당사자들의 상실감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 생계가 파괴된다는 것이 한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담아내지 못한다. 고통 밖에 있는 이들은 고통 안에 있는 이들과 공감하고 연대하며 비판적 성찰에 참여하기보다는 더 손쉬운 결정을 내린다. 효율과 능률에 기반한 삶의 방식이다. 대략의 짐작과 대략의 불안 그리고 동정에서 기인한 시혜적 도움과 물리적 거리감이 그것이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는 이 사회가 지워버린 취약한 이들의 삶, 즉 이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상성을 향한 여정에서 우리는 지금의 파국을 “어쩔 수 없음”이라는 나태함과 무력감으로, 또는 “적자생존”이라는 호전적이고 회피적 태도로 안일하게 수용하고 있다. 어쩌면 현재 우리에게 강요된 긴박한 위기의식과 동시에 은폐된 위기 상황은 비판적 생각의 거리를 차단하고 현상에 대한 의문들을 틀어막은 채, 이 사회에 자발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선량한 시민의 자세라고 호도하는 듯하다. 우리는 너무 쉽게 하나의 선택지에 동그라미를 치며, 누군가의 삶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하며 후손의 미래를 빼앗는 것을 등한시하고 있다. 팬데믹 못지않게 우리 앞에 당도한 거대한 기후 변화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가?” 한발 나아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지향하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남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과 그리스도인 (2)

송진순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외래교수,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연구실장
LID Leadership Journa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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