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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의 시대, 공생을 생각하는 교회 (3)

By Il Joo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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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의 시대에 종교의 의미, 구체적으로 ‘기독교의 의미란 무엇일까,’ ‘교회란 무엇이어야 할까,’ ‘기독교인이란 어떤 사람들이어야 할까’를 묻게 된다. 사실 질병의 발발보다 우리가 알아 왔던 이 세계의 종말이라는 심리적 충격이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 심리적 여진 앞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공멸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한 형제요 한 자매다

약 이천 년 전 로마 제국이 성장하던 시기, 사회의 모든 질서는 황제를 정점으로 귀족, 평민, 노예로 위계화되어 있었고,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은 생물학적 남성에게만 주어져 있었다. 그 견고한 신분제 질서하에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예배 가운데 모여, 참여한 이들의 신분에 상관없이, 성에 상관없이,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형제와 자매로 부르며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고 있었다.

창세기 1장의 모티브가 되는 고대 중동 신화 <에누마 엘리쉬>에서 신은 인간을 노예로 부리기 위해서 창조한다. 그 제국의 황제는 신과 동일시되기에 그 신화는 모든 인간이 황제의 노예로 창조되었다고 사람들을 세뇌하고 있다. 사실 그것이 그 당시 사람들이 당연시하던 세계관이었다. 하지만 포로기 때 기록된 창세기 1장은 당대의 사람들이 알아듣도록 <에누마 엘리쉬>의 이야기들을 차용하면서도, 결정적인 차이들을 도입한다. 창세기 1장에서 사람들은 남녀 차별 없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다. 이제 각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받은, 그래서 천지를 다스리고 지배할 주권이 주어진 거룩한 존재로 부름을 받는다. 이는 당대의 정치적 맥락에서 혁명보다 더한 도발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주권’이란 민주주의 시대의 유권자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황제의 권한이었기 때문이다. 창세기는 모든 사람이 황제와 같은 주권을 부여받은 존귀한,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받은 신적 존재라고 선포한 것이다. 따라서 황제는 노예나 포로보다 더 존귀하고 거룩한 존재가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라는 초객체를 현실화시켜내는 공동체다.

교회는 혹은 기독교는 팬데믹으로 모든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관계가 자가 격리로 비접촉이 되어가는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위기 그리고 팬데믹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초객체가 ‘세계의 종말’을 고지하며 등장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기독교인일 수 있을까? 무능과 무기력감이 불안한 심리적 에너지를 분노로 그리고 차별과 혐오로 전환하고 있는 시대에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교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래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라는 초객체를 현실화시켜내는 공동체다. 그것은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위기 그리고 팬데믹을 통해 어둠의 모습을 드러내는 초객체에 대한 대안적 초객체다. 교회의 대안은 혁명과 저항이 아니라, 희망의 공동체를 예배 가운데라도 가상적으로 실현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받은 주권자로서 모든 생명을 다스리며 희망을 실현하는 공동체다.

하나님으로부터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주권의 명령을 받은 직후, 하나님은 인간에 먹을 것으로 채소와 열매를 주신다. 그럼 하나님의 형상을 부여받은 기독교인들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까? 왜 동물은 먹을 것으로 주시지 않았을까? 그것은 우리의 다스림이 결코 살육과 억압을 동반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잡식성 동물인 인간을 채식주의자로 만들려는 본문이 아니라, 차별과 혐오와 갈등과 분쟁이 시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교회는 그 누구라도, 계층에 상관없이, 성에 상관없이, 나이에 상관없이, 피부색에 상관없이, 직업에 상관없이, 한 형제 한 자매임을 선포하고 실현하며, 하나님 나라가 ‘가상 실재’(virtual reality)가 아니라 현실적 실재임을 구현하는 유일한 곳이다. 바로 거기에서 ‘세계의 종말’ 이후에도 사람들은 희망의 근거를 가질 수 있다.

무능의 시대, 공생을 생각하는 교회 (1)

박일준 Ph.D
감리교신학대학교 객원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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